우주공간의 냄새를 직접 맡지 못하는 것은 인류에게 행운일지 모른다. 우주는 탄화수소가 타는 듯한 악취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인류에게 남은 사실상의 마지막 미개척지다. 이런 우주에서는 마치 F1 레이싱 경기장에서와 유사한 냄새가 난다. 뜨겁게 달궈진 금속과 디젤 연료, 바비큐 냄새가 범벅이 된 냄새 말이다. 이 냄새의 원천은 무얼까? 대부분 삶을 다하고 죽어가는 항성들이다.
죽음을 앞둔 항성들은 급격히 연소하며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라는 부산물을 방출하게 되는데 바로 이 PAHs의 냄새가 우주에 가득 들어차 있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천체물리학·천체화학연구소의 루이스 알라만돌라 소장은“ PAHs는 혜성, 유성, 우주먼지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우주 전체에 퍼져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영원히 우주공간을 떠다니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학자들은 이 같은 탄화수소들이 지구 최초의 생명체 탄생을 이끈 기반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PAHs가 석탄, 석유는 물론 음식 속에서 조차 발견된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 순수한 우주의 냄새를 직접 맡아본 사람은 없다.
진공상태인 우주에서 코를 킁킁거렸다가는 냄새를 맡기도 전에 세상과 하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추정일까. 그것은 아니다.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우주유영을 마치고 돌아온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에 배어있는 우주의 냄새를 맡는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주복에서는 타거나 튀겨진 스테이크 냄새가 난다. 이는 집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만든 상상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우주의 향기는 꽤나 독특한 탓에 3년 전 NASA는 우주비행사들의 시뮬레이션을 위해 향수 제조업체인 오메가 인그리디언트에 우주의 악취(?)를 재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오메가 인그리디언트의 스티븐 피어스는 “얼마 전 우리는 달의 향기를 만들어냈다”며 “조사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달에서 화약과 유사한 냄새가 난다고 증언했었다”고 말했다. 알라만돌라 소장은 우주 중에서도 태양계의 냄새가 특히 자극적이라고 설명한다.
탄소 성분이 풍부한 반면 산소는 부족한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검댕이 나오고 고약한 악취가 나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우주에 산소가 풍부했다면 야외에서 숯불을 피웠을 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날 것입니다”
우리 은하계 밖의 냄새는 어떨까. 아마도 더 없이 흥미로울 것이다. 우주의 어두운 곳에 산재돼 있는 분자구름(molecular clouds)들은 달콤한 설탕 냄새에서부터 썩은 달걀 냄새나 유황 냄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향기를 내뿜는 미립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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