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만큼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활동도 없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인간도 아슬아슬한 경기가 펼쳐지는 구장에서는 죽을힘을 다 해 고함을 지르고 펄펄 뛰는 원초적 본능의 노예가 된다. 스포츠는‘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도 불리는데 스포츠와 전쟁은 닮은 데다 많다.
인간의 대뇌 밑에는 공격 본능과 성욕을 관장하는 R 콤플렉스라는 부분이 있다. 동물의 뇌 중 가장 먼저 생겼고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강력한 본능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개체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먹이 사냥과 경쟁자 제압, 그리고 종족 보존을 위해 필요한 성적 결합과 관계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덜 발달되거나 약한 개체는 이미 오래전 도태돼 사라졌다.
스포츠와 전쟁은 바로 이 R 콤플렉스를 자극한다. 자기 팀이 이겼을 때는 극도의 쾌감을, 졌을 때는 극도의 분노와 좌절을 경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축구 경기에 졌다고 홧김에 전쟁을 일으킨 나라도 있다.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월드컵 예선 시합을 벌이다 극도로 국민감정이 악화되자 전쟁을 벌여 무려 4,000명이 사망했으며 30만의 농민이 유랑 걸식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심판이 제대로 판정을 해도 전쟁이 일어날 정도인데 만약 심판의 오심으로 승패가 뒤바뀌었을 때 관중들이 느끼는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골과 관련된 오심을 근본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축구공에 전자 칩을 장착해 기계가 골 여부를 판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을 촉발한 것은 2012년 유로 축구대회다. 여기서 우크라이나 선수의 슈팅이 골라인을 넘어갔음에도 심판이 보지 못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고 대신 잉글랜드가 올라갔다. 그동안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 오던 사람들도 이런 결과를 보자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구장마다 10에서 20만 달러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골 말고도 판정을 내려야 할 부분이 수없이 많은데 이것을 모두 기계에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12 런던 올림픽이 오심과 판정 번복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박태환의 실격 판정 번복부터 신아람의 ‘멈춘 시간’ 오심까지 유달리 한국 선수들이 피를 보고 있다. 이중에서도 경기 시간이 지났는데도 시계가 가지 않아 메달 권에서 탈락한 신아람 케이스는 ‘역대 올림픽 사상 최악의 판정’이란 비난까지 나오며 펜싱 팬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하는 일 치고 완벽한 것은 없다. 아무리 심판이 최선을 다 해도 실수하는 경우는 있게 마련이다. 이 시합을 위해 4년간 피 땀 흘린 선수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겠지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인간 사회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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