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한국의 황우석 교수가 배아줄기 세포연구에 서 획기적 업적을 세웠다고 세계가 격찬하던 당시 함께 주목을 받았던 물건이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젓가락이다.
줄기세포 실험실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세한 것 들을 다룬다. 지름 0.1mm의 난자를 채취하고 미세침으로 난자 속의 핵을 빼내는 작업을 하는 데 웬만큼 손의 감각이 섬세하 지 않고는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실험을 한국의 연구원들이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젓가락 사용으로 단련된 유연한 손놀림 덕분이라고 황 교수는 외국 언론에 자랑하곤 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기는 하지 만 다른 나라 젓가락들은 대개 길고 굵은 나무젓가락들이다. 반면 한국에서 쓰는 쇠 젓가락은 특히 섬세한 손의 감각을 필 요로 한다고 그는 강조했었다.
한국의 ‘쇠 젓가락의 힘’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여 자 양궁대표팀이 또다시 금메달을 차지하자 로이터 통신이 그 비결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한국이 ‘양궁 강국’인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특히 여자양궁 대표팀은 무려 7회 연속 올림픽단체전 금메달을 독 식했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난 1988년 서 울올림픽 이후 대회 장소가 바뀌고, 출전 선수가 바뀌고, 경기 규정이 바뀌어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은 변함없이 한국의 차지 였다. 도대체 이런 줄기찬 우승의 비결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 지 않을 수가 없다. 그 해답을 로이터 통신이 나름대로 분석했 는데 김치와 젓가락 덕분이라는 이론이다.
우선 김치 이론. 정확히 말하면 김치를 버무리면서 발달된 손 의 감각이다. 한국은 수백년 전부터 김치를 먹고 있는데, 김치 만드는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쓰는 것이라고 통신은 설 명한다. 배추를 절인 후 부드럽게 짜듯 물기를 빼고 배추 잎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양념을 버무려넣는 과정 내내 배추의 감촉 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데, 이렇게 해서 예민해진 손의 감각이 자 자손손 유전자 속에 전해내려 왔을 것이라는 설이다.
사실 한국 음식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드물다. 나물을 조물조물 무치고 고기를 손으로 주물러 가며 재우고, 그래서 ‘손맛’이 음식 맛을 결정한다고 믿는 것은 아마도 우리뿐인 것 같다. 손의 감각이 남다를 만하다.
다음은 젓가락 이론. 일반적 나무젓가락들과 달리 한국의 쇠 젓가락은 가늘고 미끄러워서 정말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로이터 는 지적한다. 영화 ‘가라데 키드’에서 일본인 사범 미야기가 젓가 락으로 파리를 잡는 유명한 장면이 있는데, 그것이 만약 쇠 젓가 락이었다면 가라데의 도사라도 절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을 덧 붙인다.
한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쇠 젓가락으로 하루 세끼 밥 을 먹으니 손가락 감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손재주가 탁월한 것은 사실이다. 양궁뿐 아니라 골프에서도 한국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 한국이 세계 반도 체 시장을 석권하는 것, 정교한 손놀림이 요구되는 복강경 수술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 모두 비결은 같을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2세들 중 젓가락 대신 포크를 쓰는 아이들 이 많다. 부모로서 한 가지 원칙을 분명히 하자. 코리안은 식탁 에서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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