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재임한 7명 중 제럴드 포드, 아버지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4명은 왼손잡이다.
고대부터 전체 인구 10명 중 1명 꼴 꾸준히 유지
과거엔 범죄성향·정신병 연관 등 터무니없는 오해
“유전” 밝혔지만 뇌 등 인체 내 상관관계 규명 못해
인간은 비대칭적 동물이다. 배아발달 초기 단계에 심장은 왼쪽으로, 간은 오른쪽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는다. 좌우 한 개씩 포진한 폐는 얼핏 대칭을 이룬 듯 보이지만 각각의 구조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아주 드물지만 심장이 오른쪽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우심증이다. 비대칭적으로 배치된 장기의 위치가 바뀐 케이스다. 장기의 비대칭성 외에 인간에게는 또 다른 기본적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손이다.
손은 신체의 양쪽에 하나씩 같은 모양으로 달려 있다. 외양만으로는 거의 대칭을 이룬다. 하지만 우세 손이 존재한다. 오른손잡이, 혹은 왼손잡이는 우세 손에 따른 분류다. 양 손 가운데 운동기능이 더 나은 쪽이 우세 손이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왼손잡이들은 범죄성과 악마적 성향을 지녔다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왼손이 우세한 아이들을 재교육을 통해 오른손잡이로 전향시키려는 웃지 못 할 촌극도 자주 벌어졌다.
세상이 개화되면서 왼손잡이를 따라다니던 오명은 상당부분 자취를 감췄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재임한 7명 중 제럴드 포드, 아버지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4명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로널드 레이건은 양손잡이였다).
‘왼뼈’ 혹은 ‘잽이’에 대한 오명은 풀렸지만 우세 손의 기저에 자리 잡은 수수께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왼손잡이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 신기하게도 왼손잡이 인구 비중은 아주 오래 전부터 늘 이 수준을 유지해 왔다. 고대 동굴벽화에서 창을 왼손에 쥔 남성들의 비율 역시 열 명에 한 명 꼴이었다. 당시 만들어진 토기 등 출토물을 분석한 결과도 그것을 만든 사람들 가운데 왼손잡이가 10%가량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지난 2007년 왼손잡이와 연결된 유전자 변이주(genetic variant)를 밝혀낸 옥스포드대 연구원 클라이드 프랭스 박사는 “우세 손은 뇌의 비대칭성과 관계가 있으나 우리는 무엇이 뇌의 비대칭성을 만드는지에 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뇌의 비대칭성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 ‘친척’들에게서도 발견되지만 그 정도가 인간만큼 심하지는 않다.
프랭스 박사는 비대칭성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관한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뇌기능의 편재화(brain lateralization), 즉 우뇌와 좌뇌의 기능 분포는 언어, 사고기억과 창조성 등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오랜 시간 양 손 가운데 어느 손을 잘 쓰느냐는 우뇌와 좌뇌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는 가시적 단서로 받아들여졌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언어활동은 뇌의 왼쪽 편에서 집중된다. 반면 왼손잡이는 언어활동이 좌뇌와 우뇌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거나 우뇌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왼손잡이들 가운데 좌뇌가 집중적으로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세 손은 집안 내력이다. 유전된다는 뜻이다.
지난 2007년 영국 옥스포드의 과학자들은 난독증 어린이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왼손잡이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당시 연구를 이끌었던 프랭스 박사는 “왼손잡이 유전자 LRRTM1 발견은 당시 대단한 관심을 불러모았다”며“이 유전자가 정신분열증 환자들 사이에서 특히 자주 발견된다는 점 때문에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고 밝혔다.
프랭스 박사에 따르면 LRRTM1 유전자는 신경 사이의 소통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그는 이 유전자가 도대체 어떻게 신경과 신경 사이의 신호에 영향을 주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UCLA 의과대학에서 인간의 유전자와 신경, 심리 등을 연구하는 대니얼 거슈윈드 교수는 언어와 우세 손 현상,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뇌 진화과정을 이해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우세 손은 유전적 토대를 지니지만 신장, 체중 등 다른 복잡한 인체 특성과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원인들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원인 규명은 지극히 까다로운 문제라고 말했다.
단 한 개의 유전자가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강력한 환경적 구성 요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거슈윈드 교수는 일반적으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뇌의 비대칭성 정도가 덜하다고 밝혔다.
왼손잡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양손 모두 능숙하게 사용하고, 오른손의 운동기능 역시 훌륭하기 때문에 비 오른손잡이로 규정하는 편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
과학자들은 왼쪽 우세 손이 뇌의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따라서 이들은 왼쪽 우세 손과 면역장애, 학습장애와 난독증, 기대수명 감소, 정신분열증과의 연결고리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물론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 왼쪽 우세 손, 즉 왼손잡이와 정신분열증과의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아이디어가 힘을 받고 있으나 과학적 검증은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은 복잡한 발병 요인을 지닌 이종질환(heterogeneous disease)이다. 서로 다른 많은 요인들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내는 질환이라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비 오른손잡이의 신경분열증 위험이 더 높거나 뇌 부위별 신경기능이 떨어진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소아과 전문의들은 왼손 우세가 첫 돌도 되기 전에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라고 믿고 있다.
유아가 어느 한쪽 손에 강한 선호를 보이는 것은 해당 손의 반대쪽 뇌에 신경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왼손잡이는 오랫동안 병적인 존재로 낙인 찍혔었다. 범죄형 얼굴과 특정인종의 범죄적 특성 등을 연구한 19세기 이탈리아 출신의 악명 높은 의사 체사레 롬브로소는 왼손 우세를 병적이고, 우매하며 난폭하고 범죄성향이 다분하다는 증거로 파악했다.
거슈윈드 박사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과 일부 발달위험(developmental risk)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가 일정비율을 유지하며 진화의 자연도태 과정을 견뎌낸 것은 분명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 존재를 모른다고 해서 존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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