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살펴봤는데 틀림없다. 김정은이란 젊은이가 거의 매일 신문에 났다. 그것도 큼직하게. 1면 머리기사로도 나왔다, 큼직한 총천연색 사진과 함께. 무슨 내용인가 읽어봤더니, 사실은 부인이 있는데 이름이 리아무개이고, 가수라는… 연예면 기사 비슷한 이야기. 청룡열차를 타는 사진도 실렸다. 그것도 신문마다 실렸다. 이건 아예 연예계 톱스타 밀착취재 수준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가 왜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이 젊은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 알아야 하나? 그걸 알면 삼팔선이 깨지고 통일에 도움이 되는 건가? 짐작컨대, 북한이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개방을 원하고 있다, 그러니 대화하자… 그런 신호인 것 같은데… 물론 북한의 특수한 사정으로 볼 때, 권력 잡은 자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것이 남북관계나 통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뭔가 균형 감각이 깨진 것 같아 불안하다.
우리가 정말 알고 싶은 건 북한 주민들의 삶과 문화다. 그들이 지금 무엇을 듣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보고 느끼며 사는지, 고민은 무엇이고 꿈은 무엇인지… 밥은 제대로 먹는지, 사람대접은 제대로 받는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남한의 노래를 듣고 드라마를 몰래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서, 통일 후의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문화적 교류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참 통일은 밑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건 누누나 아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된 통일의 핵심은 문화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적, 군사적 통일이 이루어진다 해도, 마무리는 역시 문화의 몫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야 하니까.
대통령 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하나같이 꿈의 나라 청사진을 내놓는다. 그 말대로만 된다면, 대한민국은 곧 천국이 될 것 같다. 그런데, 그이들이 부르짖는 정책이나 공약을 부지런히 살펴보지만 문화에 관한 꿈과 포부는 없다. 어쩌다 있다 해도 구색 맞추기 장식품 정도다. 안철수의 생각에도 문화는 없다. 답답하다.
아마도, 문화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 그것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라는 생각인 것 같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을 꺼내기도 참 민망하다.
문화를 생각하는 지도자, 남한과 북한을 아우를 문화를 꿈꾸는 대통령이 그립다. 아직 턱없이 이른가? 터무니없는 꿈인가? 백범 선생의 ‘나의 소원’을 다시 읽으며 속으로 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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