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은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07/03/1883 ~06/03/1924)가 세상을 떠난 지 88년째 되는 날이다.
문학의 변두리에서 서성거리기만 하는 나는 카프카나 릴케 혹은 김지하 선생 등, 어둠 속에서 빛이 되고자 하였던, 혹은 빛 속에서 어둠일 수 밖에 없었던 삶을 살았거나 사는 그들을 대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본다.
가뜩이나 샛털처럼 가볍기만 한 나의 문학적인 재능에 100퍼센트 올 인(All-In)을 하여도 꿩 꽁지 하나 찾아내기 힘들다. 그런데도 이런 저런 모임에 연관이 되어 문학에 집중하지 못하고 본질과는 벗어난 많은 일에 나의 시간과 정열과 또한 사고가 분산되곤 한다.
사람은 사회성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변명하곤 하지만 때론 철저히 문학에만 몰두하고 싶다. 평생 병에 시달리며 문학과 생활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상처도 받았지만 끝내 문학을 놓지 않았던 카프카를 생각하며 때로 좌절감이 들 때면 더욱 그를 읽는다. .
자신의 이상을 높이 세워 그 간극에서 늘상 괴로워했던 카프카는 상실감에 대한 방황이 심했었다. 유태인이면서 체코에서 출생하고, 정통 유태교인도 아니고 유럽화된 서방 유태인이라는 그 사이에서 그는 늘 힘들어 했다.
유태인이면서 독일어로 글을 쓰며 히브리 말도 할 수가 없어 언어의 철저한 고아 의식 같은 이단자와 유배자 로서의 느낌이 평생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이러한 자아 존재 상실 의식이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릴케에겐 루 살로메가, 훨덜린에게는 주제타가 있었듯이 카프카에게도 펠리체 바우나, 밀레나 예젠스키와 또한 결핵으로 죽게 되는 카프카의 마지막 종말을 함께 해준 도라 디만트(Dora Dymant)가 있었다.
예술가들이란 어쩌면 섬세한 감각과 상처받기 쉬운 심장을 가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하고 그 뜨거운 사랑 위에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카프카가‘변신’(Die Verwandlung),과‘화부’(Die Heizer) 등을 썼을 당시에는 펠리체와 사랑을 했을 당시이고 그녀와 헤어진 후 다시 만난 여인이 밀레나 예젠스키이다.
그녀와 무척이나 정열적이고 운명적인 깊은 사랑에 빠지는데 그가 이 시기에 그녀에게 보낸 편지는 1952년 출판되어 대단한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맞고 카프카의 삶의 끝머리에 젊고 아름다운 여인 도라 디아만트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의 몇 달 간의 짦았던 시간은 그에게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인 평화로움과 안식의 기간이었을 것 같다. 결코 닿을 수 없었던 높은 이상에 도달하고자 몸부림치던 이상주의자 카프카, 소수적 문학의 한 가운데에 서서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해지지 않는 변방 작가의 고뇌를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카프카 문학의 위대성은 과연 무엇일까? 방향 상실이 우리 대부분 현대인들의 모습이라고 본다면 그는 개인적인 삶의 방황성을 훌쩍 뛰어 넘어 존재 근거의 상실성을 알아내고자 하였다.
그래서 카프카의 문학이 더욱 빛나고 위대한 것이다. 아직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Prague)를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프라하를 방문한다면 카프카가 거의 전 일생을 살았던 그곳에 푹 빠져 버릴 것 같다.
프라하에서 태어난 릴케도 있지만 적어도 프라하 시민들은 릴케보다도 카프카에 더욱 열광한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이 상처뿐이라 생각했던 카프카는 죽기 전에 그의 전유작(全遺作)을 태워 달라고 유언을 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아끼며 믿어주었던 친구인 막스 브로드(Max Brod)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찌의 감시망을 피해 그의 전 유작을 숨겨 나왔다. 그런 친구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위대한 카프카를 대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때때로 좌절에 빠질 때에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막스 같은 친구가 있다면 더욱 정진하여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리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