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지난해 10월 요청...외통부 계류중
김씨 동결자산 분배보송 재판날짜 확정과정서 드러나
한국정부 허용해도 추가조건들 또 남아있어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한국정부에 미국 시민권자로 한국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 BBK 투자자문 대표 김경준씨의 미국 이송을 공식 요청했으며 현재 한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연방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씨와 김씨 가족 및 회사의 동결자산분배소송에서 김씨측 변호인 에릭 호니그 변호사가 지난 달 23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에서 확인됐다.
호니그 변호사는 법원에 한국과 미국이 모두 가입돼 있는 ‘국제수형자이송프로그램’(IPEP)에 대한 관련 정보,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미 연방법원행정실 법무관과 주고받은 전자우편 등을 증거로 제출하고 “미국은 이미 김(경준)의 (미국)이송을 승인했으며 미 국무부는 2011년 10월5일 외교서신을 통해 (한국에) 수형자이송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이송 요청은 한국 외교통상부에 계류 중이며 한국은 아직 이를 승인하지 않은 상태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오프리 체셔 미 연방법원행정실 방문법률자문관은 지난 해 11월22일 김씨의 부인 이씨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오늘 미국 법무부로부터 미국이 김씨의 (이송신청을) 승인을 했음을 확인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의 승인은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김씨의 범죄와 관련된 정보가 담겨있는 2010년 3월22일자의 한국법무부 편지가 첨부된 (한국의) 외교서신을 갖고 있으나 이는 승인 편지가 아니다”고 전했다.
체셔 자문관은 이어 “이전 전자우편에서 언급했듯이 주한미대사관은 2011년 10월5일 (김씨의 이송 요청에 대한) 미국의 승인 결정 공식 통보와 한국정부의 승인을 요청하는 외교문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 요청은 아직 한국외교통상부에 계류 중이다.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으나 국무부에게 예상 기간의 범위에 대한 견해를 수차례 문의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정기적으로 (국무부에) 정보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우편은 이씨가 남편의 미국 이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노력과 진척 현황을 문의하자 보내진 답신이다. 미 법무부 안드레 비로테 주니어 검사도 지난 달 24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개빈 그린 검사가 법무부 국제수형자교환반 리사 칸 법무관을 접촉한 결과 2011년 9월 김씨 또는 김씨의 대리인이 김씨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송해 남은 실형을 미국에서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청이 있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신청은 그 후 미국에서 승인됐으나 한국의 승인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비로테 주니어 검사는 이어 “그러나 만일 한국이 (이송) 신청을 허용할지라도 미국 연방행정판사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승인확인심의’(Consent Verification Hearing)를 여는 것을 비롯해 실제 이송이 이뤄지기 전에 충족돼야 할 추가 조건들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 건에 대한 한국의 결정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호니그 변호사와 법무부가 각각 법원에 각각 이 같은 서류들을 제출하게 된 이유는 지난 달 16일 오드리 콜린스 판사가 주도한 재판일정심의 당시 배심원재판, 또는 판사재판 형식에 따라 3일 정도 시기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 날짜를 11월27일로 잠정 확정하는 과정에서 호니그 변호사가 김씨의 미국 이송 신청 사실을 밝힘에 따라 콜린스 판사의 현황보고 제출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콜린스 판사의 명령은 김씨와 가족 및 관련 회사들의 동결자산에 선취권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의 옵셔널캐피탈사, 미국 법무부, 그리고 김씨측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소송의 재판 날짜를 확정하는데 있어 김씨가 재판에 직접 출두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옵셔널은 김씨와 가족 및 회사들을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서 371억원(3,000만~3,700만 달러) 사기 피해 배상금 판결을 이미 받아냈으나 김씨의 자산에 대한 선취권을 놓고 미국정부, 김씨측 등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어 배상금 판결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한국 정부의 범죄인인도요청에 따라 미국에서 검거돼 한국으로 송환된 후 곧 바로 구속됐으며 2009년 5월 징역 8년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 받고 구금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7월 김씨가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외국인 수형자 전용 교정시설인 천안외국인교도소에 이감되자 일각에서는 한국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해온 ‘빅딜에 따른 미국 이송’ 수순 밟기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김씨는 한국과 미국이 모두 가입돼 있는 국제 수형자이송 협약에 따라 한국 정부에 자신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이송해 줄 것을 계속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미국에서 검거된 뒤 수감된 상태에서 약 3년간 미국 연방법원과 항소법원에서 한국정부의 신병인도요청에 법적 대응하다 2007년 11월 돌연 모든 소송을 철회하고 귀국해 한국에서 횡령과 사문서 위조, 증권거래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징역형을 살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수감된 상태에서도 미국에서 진행되는 민사소송에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옥중 자필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미국과 일본, 유럽 등 61개국이 체결한 유럽수형자이송협약에 가입함으로서 수형자 이송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이 협약에 체결된 나라들과는 개별 조약을 체결할 필요 없이 수형자 이송이 가능해졌다.
미국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국제수형자이송프로그램’을 통해 2009년 미국에 수감 중인 한국인 2명을 한국에 이송했으며 한국도 같은 해 한국에 수감 중인 미국인 2명을 미국에 이송했다.
■ "김경준 BBK 관련의혹 정리해 이달중 폭로할 것"
연합뉴스 보도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라고 주장했던 김경준씨가 이르면 이달 중순 지인을 통해 BBK 관련 의혹을 정리해 폭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국 연합뉴스가 보도했다.연합뉴스는 지난 달 31일 김씨의 지인이 전화 통화에서 “김경준씨가 BBK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8월 중순쯤 발표하려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익명으로 처리된 김씨의 지인은 또 “김경준씨가 교도소에서 글을 쓰고 있다”면서 “형식은 책이 될지, 재심자료 형태가 될지, 언론에 알리는 식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김씨는 1999년 투자자문회사인 BBK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이 대통령과 동업해 인터넷 증권사 LKe 뱅크를 설립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김씨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LKe 뱅크의 부회장을 맡았다.
2001년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되자 이 대통령은 LKe 뱅크 대표를 사임했으나 김씨는 2007년 대선 직전 주가조작에 동원돼 투자자에게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했다.한국 검찰은 그러나 ‘BBK는 김씨의 개인회사’라는 결론을 내렸고 김씨는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돼 현재 충남 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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