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이미지·어려운 이름 피해야
닛산은 과거에 닷선, 구글은 백러브
비즈니스에서 이름은 얼마나 중요할까. 이름에 각별한 의미를 두는 한국에서는 작명가에게 의뢰해 이름을 짓는 경우들도 많다. 미국에는 특별히 작명의 전통은 없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기업이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름이 너무 어렵다거나, 이름이 혼란을 주거나, 이름에 부정적 이미지가 담겨 있거나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경우 등이다. 대개 쉬운 이름, 사람들의 머릿속에 쏙 들어가서 잘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좋은 이름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12월 조젯 카플란과 그의 두 딸인 스테파니와 제이미는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는 듯 흥분했다. 그들이 운영하는 여성용 개인용품 회사 ‘Ms. & Mrs.’의 상품들이 ABC - TV의 토크 쇼 ‘더 뷰’에 소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연말에 좋은 선물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기대에 찬 이들 세 모녀는 방송이 나오기로 예정된 날, 창밖으로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그들의 시카고 사무실 TV 앞에 둘러앉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여성들 특유의 ‘비상용품’인 구취제거제, 귀걸이 뒤쪽장식, 얼룩 빼는 티슈 등을 선명한 색깔의 주머니에 담은 쉬머전시 키트를 소개하면서 진행자가 제조사의 이름을 ‘Mr. & Mrs.’로 발음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아니 이런’ 싶은 상황이었다”고 창의성 계발 담당 디렉터인 스테파니 카플란은 말했다. “그건 ‘와, 이건 정말로 문제구나’하고 깨닫는 그런 순간이었지요.”
정말이었다. 세 모녀가 지난 2003년 회사 이름을 지은 이래 이름을 잘못 아는 고객들이 줄을 이어서 그것들을 다 모아보니 재미있는 비디오가 만들어 질 정도였다.
그래서 지난달 카플란 모녀는 ‘Ms. & Mrs.’라는 상호명을 ‘핀치 프로비전스’로 바꾸었다.
회사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경우들이 있다.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찾아서 바꾸는 일반적 경우 외에도 주인이 바뀌어서 혹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혹은 부정적 이미지와 연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이름을 바꾼다.
예를 들어 사설 경호회사인 블랙워터 월드와이드는 지난 3년 간 이름을 두 번이나 바꾸었다. 이라크에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사상한 사건과 관련 지난 2008년 블랙워터 경호원 5명이 기소된 후 이 회사는 이름을 엑시 서비시스로 바꾸었다(사건이 기각되기는 했지만 항소법원에 다시 케이스가 올라있다). 그리고는 지난 2010년 주인이 바뀌면서 엑시 서비시스는 다시 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꾸었다.
세인트루이스 외곽에 있는 식당, 푸홀스 5는 스포츠 뉴스와 관련해 이름을 바꾼 케이스이다. 야구 스타 앨버트 푸홀스의 이름을 딴 이 식당은 푸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는 동안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푸홀스가 LA 에인절스로 이적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 뉴스가 발표되자마자 “식당으로 전화가 쇄도하고 예약 취소가 이어졌다”고 식당 주인인 패트릭 해논은 말한다. 식당 밖에 세워져 있던 푸홀스 동상을 둘러싸고 경비원들이 상주해야 했을 정도로 “사람들이 동상에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정신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매상은 75%가 떨어졌다.
지난 2월 해논은 식당 이름을 세인트루이스 스포츠홀 오브 페임 바 엔 그릴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 역시 신통치가 않았다. 사람들이 무슨 박물관인줄 알더라는 것이었다.
이제 식당은 패트릭스 레스토랑 & 스포츠 바로 불린다. 지난 2006년 푸홀스 5로 바꾸기 전의 이름이다. 영업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고객들은 더 이상 혼동하지 않는다.
유명 기업들 중에도 이름을 바꾼 케이스들이 많이 있다. 닷선이 닛산으로 바뀌었고,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의 이전 이름은 Computing-Tabulating-Recording Company 였다. 구글 역시 이전 이름이 있었다. 백러브(BackRub)였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기업이 이름을 바꿀 때는 기존 단골고객들과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USC 마샬 상과대학의 마케팅 교수인 아이라 칼브 박사는 새 이름으로 인해 수년 동안 쌓아올린 긍정적 브랜드 가치가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카플란 모녀가 운영하는 핀치 프로비전스는 세포라, 노스트롬, J 크루 등 체인 소매업체와 미 전국 수천개 독립 부틱들에 납품한다. 그런 만큼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보존해야 할 브랜드 가치가 상당했다.
새로운 이름을 정할 때 이들은 디자인과 브랜드 전문 업체인 비어드우드&Co 측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 비어드우드 측은 16개의 후보를 제시했다. 그래서 결정된 핀치 프로비전스는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고 뜻도 적절해서 정해진 것이었다.
재정이 제한된 작은 회사인 만큼 핀치 프로비전스는 돈을 펑펑 쓰기 보다는 창의성을 살려서 이름이 바뀐 것을 외부에 공표했다. 개명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카플란 가족은 미디어 제작사와 손을 잡고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이메일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고객들이 이전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것들을 모으다 보니 비디오 한 개가 만들어질 정도였고 이를 개명을 알리는 수단으로 이요했다.
이름을 바꾼 결과가 어떤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지만 긍정적인 반응들이 있다고 스테파니 카플란은 말한다. 하지만 그래서 앞으로 전국 TV에 소개될 때 이름이 잘못 나가는 일은 생기지 않을까? 스테파니는 웃으면서 말한다.
“사실 그렇게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진행자가 이름을 잘못 말하자마자 문의가 쇄도해서 우리 웹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어요.”
아울러 말로는 잘못 나갔지만 화면 하단에 쓰인 회사 이름은 제대로 나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웹사이트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어쨌든 그 날은 이 회사 창업 이래 가장 대단한 날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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