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 가운데 화성만큼 인류의 관심을 끈 것도 없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이지만 워낙 뜨거운데다 항상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육안으로는 표면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화성은 구름이라고는 전혀 없어 웬만한 망원경으로도 지표 관찰이 가능하다.
화성에 대한 일반의 관심에 불을 당긴 것은 19세기 말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였다. 그는 자신이 망원경으로 살펴본 결과 화성에 운하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뒤를 이어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고대 화성인들은 운하가 있는 문명을 건설했으나 기후 변화로 전체가 건조해지면서 멸망해가고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외계인과 화성인이 동의어로 쓰이게 된 것은 이 때부터다.
여기다 발명가 테슬라가 “화성으로부터 교신 신호를 받은 것 같다”고 주장하고 저명한 물리학자 켈빈 경과 하버드 천문대 소장 피커링까지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자 화성에 화성인이 살고 있다는 주장은 정설로 굳어지는 듯 했다. 피커링은 이들과 교신하기 위해 텍사스에 초대형 거울을 세우자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지고 70년대 우주 탐사선이 화성을 직접 방문하면서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화성에 존재한다는 운하도 기술적 착시 현상으로 나타났고 화성 표면은 고등생물이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화성에 생명체가 과거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없지만 한 때 화성에 물이 존재했었다는 사실과 지금도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거기다 과거에는 화성의 환경이 지금보다 온화하고 대기가 존재하는 등 생명 탄생에 훨씬 유리했다는 점까지 확인됐다.
지난 5일 고성능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장장 9개월 간 1억5,000만 마일을 날아 화성에 무사히 착륙했다. ‘움직이는 실험실’ 큐리오시티가 내린 곳은 ‘화성의 그랜드 캐년’이라고 불리는 게일 분화구다. 콜로라도 강물이 계곡을 깎아 20억년 지구의 역사를 단층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그랜드 캐년처럼 이곳도 수십 억 년 화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층이 있어 화성의 생성과 과거 비밀을 보여주는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큐리오시티’가 할 일은 많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 여부다. 그 결과에 따라 과연 우주에는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조건만 갖추면 생명은 어디서나 탄생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결말을 볼 수도 있다.
어쨌든 10년 동안 25억 달러를 들여 추진해 온 이번 프로젝트 성공으로 미국은 우주 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미 우주항공국은 2030년대를 목표로 유인 화성 탐사선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데 과연 20년 뒤 인간이 화성에 발을 디딜 날이 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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