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항공여행.장거리 車이동.변장도 불사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원을 부통령후보(러닝메이트)로 낙점하는 과정은 마치 한편의 007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롬니와 라이언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비밀 항공여행을 해야 했고 먼 거리를 자동차로 돌아가야 했으며 약간의 변장도 불사해야 했다.
이처럼 결정 과정이 첩보전을 방불케 한 것은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빙인 상황에서 러닝메이트 `깜짝 발탁’으로 최대 반전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었다.
13일 미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롬니 후보가 라이언에게 대담한 베팅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날은 지난 8월 1일이었다.
롬니는 이날 측근인 베스 마이어스(여)에게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정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롬니는 당일 라이언에게 전화를 걸어 8월 5일 선거캠프 본부가 있는 보스턴으로 오도록 요청했다.
롬니의 러닝메이트 물색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어스에게 최대 고민은 롬니와 라이언의 회동이 공식 발표 전에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마이어스 물색팀은 지난 4월부터 보스턴 선거본부에서 20여 명의 예비후보를 놓고 세금 문제 등 결격사유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다.
유출을 막기 위해 수년 간에 걸친 예비후보들의 세금신고서들은 금고에 넣어 보관했으며 사본은 한 부도 만들지 않았고 모든 작업은 본부의 한 보안룸에서 이뤄졌다고 마이어스는 말했다.
회동일이 5일로 잡히자 롬니와 라이언 측근들은 외부에 탄로나지 않게 보안책에 만전을 기했다.
우선 라이언은 보스턴으로 직항하지 않고 시카고에서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공항으로 날아갔다. 그는 알아보지 못하게 캐주얼 차림에 야구모자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끼었다.
라이언은 공항에서 마이어스의 아들(19)이 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타고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의 마이어스 집에 도착, 마이어스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 시간 롬니는 뉴햄프셔주 월프보로에서 차를 타고 마이어스 집 차고로 들어오고 있었다.
롬니는 마이어스 집 식당 테이블에서 라이언을 한 시간 동안 배석자 없이 만났다. 롬니가 잠재적 러닝메이트와 독대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롬니는 라이언에게 부통령후보직을 제안했고 라이언은 수용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낸 롬니는 선거운동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이번뿐임을 알고 러닝메이트 최종 결정에 마음을 졸였으며 전에 없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롬니 지인들은 전했다.
마이어스는 롬니 후보가 선거캠프 내부 참모들은 물론 친구나 지인으로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결국 롬니는 히스패닉(중남미계 이민자)이나 경합주(州)인 오하이오주 같은 지역의 표만을 겨냥해 러닝메이트를 고르기보다는 지성과 완벽성을 겸비하고 유권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고 한 친구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그 결과 롬니(65)가 자신의 장남과 나이가 같은 42세의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해 부자지간(父子之間) 같은 정.부통령후보 티켓을 만들어 냈다고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라이언이 지난 4년 간 정부 규모 축소와 연방예산 삭감, 건강보험 비용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한 만큼 두 사람 간의 경쟁 관계가 여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격 회동 직후 롬니는 차편으로 뉴햄프셔로 되돌아갔고, 라이언은 마이어스 아들이 운전한 차를 타고 하트퍼드 공항까지 다시 갔다.
롬니 캠프는 부통령후보 결정을 당초 지난 10일 뉴햄프셔에서 발표하려 했으나 위스콘신주 시크교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장례식과 날짜가 겹치자 다음날 버지니아주 노퍽으로 바꿨다.
롬니 측근들은 공식 발표 전에 라이언의 지명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그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라이언은 장례식 참석 후 비서와 함께 집에 도착해 기자들이 모여 있는 정문으로 들어갔지만 뒷문을 통해 집 뒤 협곡 쪽으로 갔다고 다른 길을 통해 되돌아오는 수고까지 감내했다.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의 집에는 라이언의 처제가 집을 지키면서 전깃불을 켰다 껐다 함으로써 라이언과 가족이 집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라이언과 가족, 마이어스 등은 지난 10일 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엘리자베스 시티의 한 여관에서 저녁을 배달시켜 먹었으며 다음날 아침 백악관에서 파견된 비밀경호원이 운전한 차를 타고 발표장으로 향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오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