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른 9월 말부터 의료검사를 받은 환자들은 의사를 거칠 필요 없이 이를 실시한 랩으로부터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간단한 검사 통보도 일주일 넘고 전문용어 투성이
치명적 질환의심 환자 경우 대기 스트레스 엄청나
내달 말부터 사흘 내 고지·랩 웹사이트에 올려야
텍사스주 휴스턴에 거주하는 30대 부부 매리 앤(35)과 드류 스지라기는 2년 전 주치의의 권유에 따라 혈액검사를 받은 후 이틀 뒤 랩(lab)의 웹사이트에서 결과를 확인했다. 텍사스는 의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 환자가 랩의 검사결과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허용한 전국 7개 주 가운데 하나다. 간단한 혈액검사의 경우만 해도 주치의를 통해 결과를 통보받을 때까지 보통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검사를 담당한 연구실의 웹사이트에는 대략 이틀 만에 결과가 뜬다.
스지라기 부부의 검사결과는 엇갈렸다.
남편인 드류는 모든 항목이 ‘정상’으로 나왔으나 매리의 이름 아래에는 결과 대신 ‘의사에 연락하라’는 깜빡이 경고 사인이 떠있었다.
집안의 유방암 내력 때문에 늘 불안스러웠던 매리는 플래시처럼 반짝이는 경고 사인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번갯불처럼 머리를 스치면서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남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매리는 서둘러 주치의와 수차례 전화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긴급히 연락을 해 달라”는 네 건의 메시지를 남겼지만 응답은 없었다.
다음날 매리는 주치의 사무실에 전화해 리셉셔니스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의 부탁대로 환자 차트를 꺼내 검사 결과를 확인한 리셉셔니스트는 “규정상 내가 직접 알려줄 수는 없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매리의 불안스런 마음에 분노가 덤으로 얹혀졌다.
그 후 사흘이 지나서야 주치의 사무실의 간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꼬박 나흘간 그녀를 초조하고 불안스럽게 만들었던 경고신호의 이유는 ‘비타민 D’ 결핍이었다. 햇볕을 조금 더 쏘이고, 식단을 살짝 조정하면 될 일로 골치를 썩이고 속을 끓였다는 생각에 매리는 또 한 번 ‘폭발’을 일으켰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07년 미국에서는 약 68억건의 랩 테스트(lab test)가 이뤄졌다. 당시에만도 무려 4,000종의 진단 테스트가 가능했고 유전자 검사로 1,420개 질환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몸에 깃든 병은 달리 숨을 곳이 없다. 일단 검사를 받게 되면 모든 병은 정체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그래서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은 더 초조하다. 치명적 질환을 의심받는 환자들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옥문 앞을 서성이는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입안이 타들어가는 초조한 기다림은 환자들의 스트레스 수위를 심각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만인의 상식’이다.
유방암 조직검사를 받았거나 불임, 유전자 검사를 거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는 스트레스가 환자의 회복시간에 영향을 미치고 약품의 부작용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정에 미치는 심리학적 영향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일이 정반대인 부부의 경우엔 정도가 더욱 심하다. 예컨대 한 명은 낙관적인 성격이고 다른 한쪽이 늘 최악의 상황부터 떠올리는 비관주의자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올 봄 미방사선학회보에 게재된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 포리스트 뱁티스트 메디칼 센터의 설문조사에서 환자들의 80%는 의사들의 설명을 듣기 위해 1주일 이상 검사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아무리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들로 범벅이 되어 있다 해도 사흘 내에 온라인으로 데이터에 직접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소망대로 빠르면 오는 9월 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연방 규정에 따라 환자들의 의료기록 접근권이 크게 확대된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담당 의사들은 랩으로부터 전달받은 검사결과를 사흘 이내에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랩은 3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웹사이트에 올려놓아야 한다.
지난 2003년 제정된 관련 연방법에 따라 현재 개업의와 병원, 의료보험사는 환자가 신청한 의료기록을 30일 안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랩은 이 법의 의무적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랩이 검사결과를 환자에게 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주법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전국의 50개 주 가운데 환자가 의사를 거치지 않고 랩으로부터 직접 검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허용한 주는 7개 주에 불과하다. 또 다른 7개 주는 의사의 사전 승인이 있을 경우 이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23개 주는 자체 법규를 마련하지 않았고 13개주는 검사결과를 의사에게 전달하도록 의무화했다.
요즘 의료검사 결과는 빠르면 수 시간 내에 나온다. 조직 배양이나 절개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흘이면 족하다.
새로운 연방 규정안은 랩 검사 공개시한을 최대 30일로 잡고 있지만, 직접 공개를 가로막는 빗장이 풀린다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랩의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대부분 사흘 이내에 검사 결과를 접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하버드 메디칼 스쿨에서 스트레스가 생체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의 코티솔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방사선학 전문가 엘비라 V. 랭은 “일단 어떤 병이 있는지를 알아야 대응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새로운 규정을 반겼다.
그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만 다음 단계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검사결과에 대한 환자들의 직접적인 접근이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맞는지 모를 전문 정보에 압도돼 환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전문의가 검사 결과의 전후맥락을 잡아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우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건강상태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불러올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새로운 규정이 초래할지 모를 이런 부작용을 제거하고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적 보완책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의사와 검사를 실시한 랩이 환자들이 검사 결과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보조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 내용에 대한 환자의 문의에 신속히 답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과제다.
의사가 일주일에 처리해야 하는 검사결과는 대략 수백 건에 달한다. 의사보다 먼저 검사결과를 확인한 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하면 진료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 올 수도 있다. 새로운 규정은 양 날의 칼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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