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티노 주인공 드라마도 고전… 스테레오타입 드러내는 내용에 거부감
히스패닉 방송 시청률은 고공행진
메이저 방송사들, 시장 공략 부심
24시간 스페인어 뉴스방송 곧 출범
소피아 베르가라는 아마도 영어 TV에서 가장 유명한 히스패닉 여배우일 것이다. 그녀는‘ 모던 패밀리’ 주연 가운데 한명이다. 이 쇼는 네크웍 TV 프로그램들 가운데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이며 베르가라는 인기를 업고 펩시와 커버걸의 광고 모델로 나서기까지 했다.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모던 페밀리’는 히스패닉 시청자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이 프로를 시청하는 1,290만명 가운데 히스패닉은 평균 79만8,000명에 불과하다. 전체 시청자의 6%에 불과하다. 미국 내 히스패닉 시청자가 4,800만임을 감안하면 시청률이 일반 미국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런 패턴은 다른 네트웍 쇼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CBS의 ‘투 앤드 어 해프 맨’의 전테 시청자 1,460만명 가운데 히스패닉은 61만1,000명이 불과하며 ABC의 ‘그레이스 어내토미’도 1,090만명 가운데 히스패닉은 58만 3,000명 정도였다. 폭스의‘ 글리’는 870만 중 51만8,000명, CBS의 ‘NCIS’는 1,910만명 가운데 50만명 정도가 히스패닉이었다.
이 숫자는 영어 TV방송의 중역들과 광고업자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이들은 미국 내의 5,000만명이 넘는 라티노들(이 가운데 4분의3잉 영어를 한다), 특히 이중 언어, 이중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에 어필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들은 영어 프로에 별로 높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히스패닉 방송은 대단히 즐겨 본다. 지난 5월 ‘모던 패밀리’ 이번 시즌 마지막 회가 방송되던 날 히스패닉 방송인 유니비전에서 방송한 한 인기 프로를 본 히스패닉은 무려 520만에 달했다. 유니비전의 랜디 팔코 사장은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인구집단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이 방송은 최근 월트 디즈니가 소유한 ABC 방송과 히스패닉 시청자들을 위한 24시간 뉴스채널을 만들기로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지난 봄 네크웍 중역들이 광고시간을 팔기 위해 마련한 한 모임에서는 ESPN과 디스커버리 등 여러 방송들이 히스패닉 시청자들을 겨냥한 콘텐츠 개발과 관련해 모두 9건의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지난해에는 3건이었다.
히스패닉 사이에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는 일반 미국인들과 같이 ‘댄싱 위드 더 스타스’‘ 아메리칸 아이돌’같은 경연프로들이다. 가을에는 ‘선데이 나잇 풋볼’이 선두다. 그러나 영어 프로와 스패니시 프로 간에 차이가 가장 큰 분야는 대사가 영어인 쇼들이다.
시청자들과 비평가들은 히스패닉 판 ‘코스비 쇼’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히스패닉의 스테레오타입을 들춰냄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불편을주는 없도록 제작된 프로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 CBS는 코미디언 롭 슈나이더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 슈나이더 주연으로 만든 쇼 ‘롭’이 히스패닉들에게 먹힐 것을 기대했다. 이 쇼는 주인공이 결혼으로 멕시칸 가족에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을 주제로 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갈등은 이 쇼와 타깃으로 했던 시청자들 간에 발생했다.
슈나이더가 맡은 주인공은 “대가족이구먼”이라고 말하고 “이제 시에스타 낮잠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됐어”라고 한다. 다른 장면에서는 헥터라는 인물이 롭에게 자신은 멕시코에서 왔다고 말하면서 귀엣말로“ 나는 가지 않을 거야. 영원히”라고 속삭인다.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광고 에이전시인 주비 애드버타이징의 대표 조 주비자레타는‘ 롭’의 코미디 장치들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가능한 모든 스테레오타입을 이용했다” 며 “일반 시청자들은 이런 히스패닉 묘사 속에서 유머를 발견하겠지만 히스패닉들은 자신들의 삶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고 꼬집었다.
‘라티노 레벨스’라는 웹사이트를 만든 훌리오 바렐라에게는‘ 롭’의 내용과 마케팅 방식 모두가 너무 스테레오타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렐라는“ 롭은 우리 커뮤니티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며 “너무 안이하고 진부하다. 주류 방송국들은 요점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프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떠 있는 콘테스트 역시 그렇다고 지적했다. 사이트의 멕시코 인형을 두들겨서 당첨되면 쇼촬영장 방문권을 준다고 한 것이나, 출연진들을 콩가 춤을 추듯 세워 놓고 찍
은 이미지를 올린 것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런 마케팅은 조롱거리조차 못된다고 비판했다.
CBS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인 니나 태슬러는 ‘롭’에 대해 언급하길 거부했다. 그러나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CBS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이 방송은 롭시즌2는 포기했다.) 태슬러는 “모든 이들의 문화는 독특하다. 그래서 우리는 라티노 커뮤니티에 다가가서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발견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롭의 주연을 맡았던 슈나이더는 롭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다음 시즌 영어 네트웍 방영을 위해 제작 중이었던 프로의 하나는 ABC의 ‘천방지축 가정부들’이었다. 이 프로는 라티노 스테레오타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베벌리힐스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을 소재로 한 것이다.
31세의 멕시칸 아메리칸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리즈 콜룬가는 이 프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라티노들의 스테레오타입 역할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와 LA의 히스패닉 가족을 다룬 또 다른 프로는 결국 네트웍에 의해 채택되지 못했다.(‘천방지축 가정부들’은 케이블인 라이프타임이 가져갔다.) 그래서 메이저 방송의 금년 가을 스케줄에 들어간 히스패닉 중심 쇼는 단 한 개도 없는 상태이다.
ABC는 수년 전 코미디인 ‘조지 로페즈 쇼’와 코미디 드라마인 ‘어글리 베티’로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조지 로페즈 쇼는 코스비 쇼에 비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년 1월 ‘워크잇’의 한 등장인물이 던진, 자신은 푸에르토리코인이기 때문에 뛰어난 마약장사가 될 것이라는 대사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 결국 쇼느 시작하자마자 종영됐으며 ABC 앞에서는 시위가 벌어졌다. ABC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인 폴리는 “오늘날 미국을 반영할 수 있는 적절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ABC는 다양성을 지켜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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