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6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낮은 유권자들이 생각을 바꿔 투표소로 간다면 누가 승리할까?
투표 가능성이 큰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오차범위 안에서 박빙 승부를 가리고 있지만 투표 기권 성향이 강한 유권자에게 시행한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 기권자들이 투표만 해준다면 오바마의 재선이 `떼 놓은 당상’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 환멸 등을 이유로 아예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거나 등록을 하고도 투표에 불참하고 있어 두 후보 진영의 애를 태우고 있다.
보스턴의 서퍽 대학이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 전국의 성인 800명에게 여론조사를 한 결과(오차범위 ±3.47%포인트) 약 40%가 `11월 대선 투표 때 집에 있겠다’고 답했다.
이들 투표 불참 응답자의 43%는 투표를 한다면 `오바마를 찍겠다’고 말해 롬니 선택(14%)보다 29%포인트 많았다. 23%는 `제3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으며 19%는 무응답이었다.
후보 호감도에서도 오바마가 롬니보다 55% 대 25%로 앞섰고, 혐오도는 롬니가 오바마 51% 대 37%로 높았다.
특히 오바마를 지지한 예상 기권자의 80%는 초접전일 경우 오바마를 위해 등록하거나 투표하겠다고 했으며 롬니를 선호한 예상 기권자의 70%는 롬니를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투표할 가능성이 작거나 투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등록 유권자 및 예상 투표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다른 조사들과는 대비된다.
서폭대 정치연구소의 조사책임자인 데이비드 팔레오로고스는 "투표 기권을 시사하면 바로 조사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없는 국민이 상당수 있다"며 "이런 계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11월 대선 투표 불참자가 8천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숫자는 오바마가 4년전 약 7천만표를 얻어 승리한 것보다 1천만표가 많은 것이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가져간 표는 약 6천만표였다.
1960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2008년에도 전체 유효 투표자의 38%인 약 8천만명이 투표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정치 냉소주의가 더 만연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비영리단체 미국유권자연구소(CSAE)의 커티스 갠스는 유에스에이투데이 인터뷰에서 대선 투표 불참자가 9천만명에 달할 수 있다며 그 이유로 지도자 불신, 정치 냉소, 소통 부재 등을 꼽았다.
서퍽 여론조사에서 예상 기권자들은 61%가 부통령 이름을 정확하게 대지 못했으며 59%는 투표 무관심 이유로 공약 불이행을 들었다.
투표 불참 사유는 시간이 없거나 바빠서(26%),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있어서(13%), 투표가 중요하지 않아서(12%) 등의 순으로 나왔다.
팔레오로고스는 "이번 조사결과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이면서 나쁜 소식이다"라고 평했다.
좋은 소식이란 이미 오바마를 좋아하고 롬니를 싫어하는 `유권자 보물상자’가 있기 때문에 상자를 열어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가게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이란 유권자들이 공약 불이행과 경제난 악화, 정당 혐오에 이골이 났기 때문에 아무리 투표를 독려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팔레오로고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보물상자를 열 시간과 열쇠를 잃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람들이 결국 투표하지 않으면 예상 기권자들의 후보 선호도가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민주당이 이들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면 득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진영이 지난 몇년간 왜 히스패닉(중남미계 이민자) 등의 표심을 사려고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바마 캠프는 16일 한 지역신문이 플로리다, 아이오와 등 5개 경합주(州)에서 민주당의 신규 유권자 등록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도하자 지난 2007년과 2008년 늘린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증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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