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 열기가 뜨겁던 지난 10일, LA 한인타운 6가 인근 한 노인아파트에서 한인 할머니 이모(81)씨가 옥상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빈사 상태로 발견됐다.

LA 카운티 검시국에 따르면 이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주변의 이웃들은 이씨가 웰페어를 받고 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 속에 아들 등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왔으며 평소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결국 자살을 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인 독거 노인들이 무력감과 고독감 속에 우울증에 빠지거나 노인 왕따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올들어 속속 발생하고 있어 한인 노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우울증을 앓아오던 장모(84) 할머니가 역시 5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아내와 별거하고 혼자 살아온 한인 한모(65)씨가 스스로 목을 맨 사건도 있었다. 이씨 할머니의 경우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가끔 찾기는 했지만 약 7~8년 동안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 등 한인 상담 기관 등에 따르면 중증 우울증을 포함한 문제로 상담을 받는 한인 노인들이 기관별로 30~40명에 달하고 있으나 이를 정신질환으로 여기지 않아 상담이나 치료를 회피하는 노인들이 훨씬 많아 이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신건강의 위기를 맞은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까지 이르는 이유의 대부분은 은퇴 후 보낼 시간은 많아졌지만, 장성한 자녀들이 분가하고, 배우자와 사별하면서 남는 시간을 같이 보낼 동반자가 없거나 노화에 따른 오랜 투병생활로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청소년들만의 사회문제로 여겨졌던 소위 왕따도 노인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인타운 연장자센터의 캐서린 문 소장은“노인들 역시 취미와 경제 수준, 가족과의 교류 여부에 따라 파가 갈린다”며“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며 심한 우울증이나 자폐증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가하는 노인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에 비해 현황 파악은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현황 파악이 더딘 이유는 한인 노인들 스스로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찾아오는 것을 병으로 여기지 않거나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한인 노인들을 상대로 우울증 현황 조사에 나선 사우스 플로리다의 장유리 교수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은 정신건강의 문제를 자연스런 노화 혹은 나이에 따른 심약에 따른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일부는“우울증은 가족의 수치”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노년기에 찾아오는 정신 건강의 문제도 질병으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한편 주변인들의 도움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미정신건강협회의 조소연 부회장은“우울증 증상 대부분이 자가 증상들로 정신건강 전문가로부터 검사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며“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할 경우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인가정상담소의 김경희 카운슬러는“한인 노인들의 경우 직접 상담소를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주변인들이 먼저 노인들의 변화를 깨닫고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