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특허 전쟁’이라고 불리는 애플과 삼성 간 특허 소송이 22일 배심원 심의 절차가 시작되면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 소송을 맡고 있는 연방법원 캘리포니아 북부 지법의 한인 2세 루시 고(43ㆍ한국명 고혜란) 판사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년차‘신참’불구 진행 담대
애플측에“마약했나”호통도
루시 고(사진) 판사는 미국과 한국의 거대 기업들이 정면으로 맞붙어 향후 세계 IT 업계의 판도가 걸려 있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번 특허 소송을 주재하면서 이제 40대 초반에 연방 판사 경력이라고는 불과 2년밖에 되지 않는 신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담대하고 터프한 재판 진행으로 애플과 삼성을 쥐락펴락 하는 등 ‘세기의 재판’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는 평이다.
애플이 ‘삼성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자사의 디자인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베껴 25억달러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이번 소송과 관련 지난달 30일부터 3주간 진행된 양측의 법정 공방을 주재하며 전 세계의 시선을 끈 고 판사는 세계적인 거대 기업들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법률 그룹의 수퍼 변호사들에게 자주 호통을 치고 질책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 양측 변호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16일 느닷없이 추가 증인 22명을 채택해달라며 75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느닷없이 제출한 애플 측 변호사에게 “주어진 시간이 4시간도 남지 않았고 이들 중인이 모두 증언대에 나서지도 않을 텐데 이들과 관련된 75페이지의 서류를 읽고 명령을 내려달라는 얘기냐”며 “마약했냐”고 호통을 쳤다. 애플 측 변호사가 무리한 요구를 하자 제 정신이냐는 뜻으로 질책을 한 것이다.
고 판사는 또 애플 측 변호인으로 나선 미국내 최고 로펌 중 하나인 ‘퀸, 에마뉴엘, 어큐하트 & 설리번’의 설립자 존 퀸 변호사와 법정 논쟁을 벌이다 “당장 앉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세계적 변호사들에게도 주눅들지 않는 터프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 판사가 한국계 2세이기 때문에 삼성 측에 편향적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고 판사는 배심원 재판 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애플과 삼성 양측에 합의를 촉구하는 등 가장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며 세계적 공룡 기업들이 맞붙은 이번 특허 소송을 담당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간 특허 소송 경력을 쌓은 지적재산법 및 특허 전문 변호사인데다가 특유의 성실성으로 사건을 매우 진지하게 다루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 판사는 양측에서 수십여명의 유명 변호사들이 달라붙어 있는 이번 ‘세기의 소송’을 단 4명의 법원 인력만을 데리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사도 걸러가며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판사는 이번 본 재판 시작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삼성의 ‘갤럭시탭 10.1’과 ‘갤럭시 넥서스’의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삼성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지만, 지난 2006년 맥더모트 윌 앤드 에머리의 변호사로서 애플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를 변호하는 등 애플과도 악연이 있어 그녀가 어느 한쪽에 편향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편 22일 시작되는 이번 소송에 대한 배심원 평결은 2~3일 내에 내려질 전망이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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