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취재 / 방치되고 있는 한인 이민사 유적들
21일 미주 한인 이민사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제국이 국외에 설치한 공관 중에서도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한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한국 문화재청이 매입, 이 건물이 102년 만에 한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지역의 한인 이민사 주요 유적과 기록들은 복원된 대한인국민회관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채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한인 이민사 유적들의 실태를 짚어봤다.
대한인 동지회 건물 등 가주에 10여 곳 넘어
한국정부 예산타령 말고 늦기전 보존 나서야
■한인 주요 사적지 15곳
일제 강점기 한인 독립운동의 중심으로 선조들의 발자취가 아직도 선명한 남가주 지역의 사적들은 여전히 한인사회와 한국정부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인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1945년 광복까지 LA 지역은 대한인 국민회, 흥사단, 대한인여자애국단, 대한인동지회 4개 단체를 중심으로 한인사회가 구성됐다”며 “이들 단체 회원들이 활동했던 건물이나 장소, 묘소 등이 우리 한인사회의 뿌리를 담은 주요 사적지라 할 수 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LA에는 ▲대한인국민회 기념관’(1368 W. Jefferson Blvd) ▲대한인 동지회(2716 Ellendale Pl) ▲흥사단(3421 S Catalina Ave) ▲도산 안창호 생가(USC) 등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유적들이 적지 않고, 로즈데일 공원묘지에는 많은 애국선열들이 묘소가 산재해 있다.
이민 선조들의 피땀어린 사적지들은 많지만 한인 사회가 관리하고 있는 사적은 대한인 국민회 기념관 1곳뿐이다.
■남가주 사적들은 방치 상태
일제강점기 LA에 정착한 이민선조들은 USC 인근에서 한인타운을 형성했고, 도산 안창호 선생이 오렌지 농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1903~1914년 사이 리버사이드에도 한인타운(리버사이드 다운타운 커멀스 14가+유니버시티 애비뉴)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한인사회의 무관심으로 지금은 빛바랜 사진과 서류만 남아 있어 있을 뿐이다.
관리해오던 이민사적을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인 동지회 건물의 경우 지난 3월 동지회 건물을 담보로 2009년 4월 25만달러를 융자받았던 한인 소유주가 USC 기숙사 개발업체와 임대 계약을 강행해 사실상 보존 및 관리를 포기하고 말았다.
또, 1932년부터 독립운동 산실로 기능하던 흥사단 건물은 지난 1970년대 매각됐고, 리버사이드 한인타운 터도 황량한 공터만 남아 있는 실정.
■중가주 지역 사적, 지금부터라도 보존해야
미주 지역에서 처음으로 한인타운이 형성된 지역은 다뉴바, 리들리 등 중가주 지역들로 이곳들의 유적은 그나마 보존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중가주 한인 역사연구회(회장 차만재)는 1912년 10월15일 미주 최초의 한인장로교회(204 W O St, Dinuba) 터와 다뉴바 3.1운동 시가지에 ‘이민 선조 기념비’를 세웠다. 리들리 ‘한인 이민역사 기념각’(196 N Reed Ave. Reedley)에는 독립문 모형과 애국지사 10인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다만 김형순 선생이 헌납한 대지에 1938년 한인들이 건립한 ‘한인장로교회’(1408 J St. Reedley) 형태가 잘 보존됐음에도 재매입 운동이 불발에 그쳤다. 차만재 회장은 “재매입 기금으로 1만달러가 모였지만 15만달러란 건물 매입비에 턱없이 부족했다”며 “대신 기념비 건립 사업에 기금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나서야
110년을 맞는 한인 이민사의 유적들은 미주 한인들의 소중한 역사일 뿐 아니라 독립운동사에도 당당히 포함되어야 할 소중한 민족사의 일부분이다. 한인사회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이민역사 유적을 보존하고 관리해야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뜻있는 한인들은 지금부터라도 한국정부가 주요 사적지 보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예산부족만을 탓하며 여전히 소극적이다. 국가 보훈처 관계자는 “미주 독립운동 사적지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은 어렵고, 현지 건물을 매입시 사후관리를 한인사회와 협력해야 하는데 마땅한 주체도 없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민병용 관장은 “우리가 왜 이민을 왔고 선조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어떻게 이뤘는지 되새기는 것은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사적지를 제대로 관리할 이민단체나 나와야 한다. 사후 관리에 필요한 재원과 재정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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