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기내에서의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한 상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주 손을 씻는 것만큼 세균 감염을 막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피터 셸던은 항공여행을 할 때마다 주변의 탑승객들로부터 눈총 세례를 받곤 한다. 기내 위생상태에 대한 편집광적인 태도 때문이다. 여객기 탑승객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의 좌석에서 가장 가까운 비상출구를 눈여겨 보아두는 정도로 이륙준비를 마친다. 그러나 셸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이보다 훨씬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다.
1회용 마스크·시트 커버·살균 스프레이 등
각종 바이러스 막는 제품들 매출 지속 증가
전문가들“자주 손 씻는 게 최상의 예방책”
그는 지정된 좌석에 앉기 전에 쿠션과 팔걸이 앞좌석 등받이 뒷면에 부착된 트레이 테이블(식사판) 등을 살균세정 티슈로 꼼꼼하게 문질러 닦는다. 아무리 긴 시간을 여행해도 기내에 비치된 신문이나 잡지에는 손도 대지 않고,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면 화장실 사용도 피한다. 청소용역 회사 중역인 셸던은 한마디로 세균 강박증환자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가 세균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예외적이긴 해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여객기 기내 위생상태에 유난을 떠는 승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셸던 같은 항공 여행자들을 겨냥한 신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런 추세를 어렵지 않게 짚어낼 수 있다.
2009년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신종인플루엔자 H1N1, 호텔 침대에 진을 친 진드기와 빈대 등 흡혈곤충 그룹 ‘베드버그’를 둘러싼 언론의 아우성, 늘어난 항공 수요로 높아진 기내 밀집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여행중 병에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한 결과다.
미세한 적들의 만만찮은 위협으로부터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약빠른 기업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수요를 감지한 기업들은 1회용 안면 마스크, 다양한 세정액, 여객기 기내시트 커버, 포터블 공기정화기 등 세균을 막아내는데 초점을 맞춘 상품들을 줄줄이 내놓기 시작했다.
여행용 상품 전문업체인 마젤란스는 지난봄 카탈로그에 ‘세균막이 장비’들을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그중에는 자외선 나노 UV 스캐너(90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기내 트레이 테이블과 호텔 침대, TV 리모트 콘트롤 등에 우글대는 세균을 제거하는 기구다.
강황으로 만든 ‘천연 성분 소독제’ 플라이트 스프레이는 입안으로 들어온 세균이 번식하기에 적합지 않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 가격은 15.85달러.
이 회사는 2006년 이후 항공 여객을 대상으로 한 위생제품 판매량이 18%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나온 신상품 가운데는 여러 종류의 베드버그 보호기구도 포함된다. 세균과 해충을 잡는 올개닉 스프레이와 짐가방 커버 등이 여기에 속한다.
LA에 위치한 웨인 프로덕츠는 목에 거는 ‘울트라 미니 에어 서플라이’라는 이름의 소형 공기 필터를 판매한다. 이온 기술을 이용해 대기중의 오염물을 줄이는 필터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탠리 웨인버그는 “에어 서플라이 매출이 지난 3년간 두 배 증가했다”며 “이 모두가 기내 세균감염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균에 대한 노출을 축소하기 위해 여객기 시트에 덮는 커버 슬립을 만들어 낸 패션 스타일리스트 안젤라 아론은 “이런 기기를 사용하다가 행여 신경과민증 환자 취급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아론은 그중에서도 스튜어드와 스튜어디스들이 에어 서플라이라든지 플라이트 스프레이 등 ‘세균잡이’ 기기들에 가장 화끈한 지지를 표명하는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 비해 여객기 기내에서 병을 얻는 승객들이 수가 예전에 비해 증가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연방질병통제센터(CDC)는 자체 웹사이트에 “다른 좁은 접촉환경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항공기 안에서는 노출된 표면과의 접촉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전염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2007년 애리조나대 환경 미생물학 교수인 찰스 거바는 8개 여객기 기내 욕실과 식사판을 면봉으로 문질러 세균감염 검사를 했다.
그 결과 6개의 트레이 테이블 가운데 4개가 메티실리내성 확생포도구균에, 또 다른 한 개는 1~2일간 지독한 구토와 설사, 경련을 일으키는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군인 노로바이러스 테스트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화장실에서는 E. 콜라이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싱크대, 변기와 수도꼭지 손잡이의 30%, 변기좌석의 20%에서도 대장균이 발견됐다.
항공사들은 저마다 기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메리칸 항공사는 평균 30일마다 시트커버와 카페트를 빨고 화장실과 휴지통 트레이 테이블을 빡빡 문질러 닦는 대청소를 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1주일에 두 번 가벼운 심층 청소, 한 달에 한 번은 모든 표면과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아내는 무거운 심층 청소를 실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내 공기의 질을 염려하지만, 세균을 옮기는 주범은 온종일 승객들의 손을 타는 공유 표면이다. 감기와 플루 바이러스는 플라스틱 표면에서 72시간을 버틴다. 반면 노로바이러스는 2주~4주간 생존한다.
세균 전문가들은 항공 여객들을 위한 새로운 위생 상품들은 감염을 방지하기보다 심리적 불안감을 추스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NYU 랭곤 메디컬 센터 임상 미생물학 및 면역학 디렉터인 필립 티에르노 주니어 박사는 “감염을 피하려면 이런 기구들을 사들일 필요 없이 얼굴을 만진다든지 무얼 먹거나 마시기 전에 손부터 씻으면 된다”고 밝혔다.
넉넉한 양의 손 살균제와 살균세정 티슈 사용으로 어느 정도의 감염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수술용 안면 마스크 역시 감기균을 막아내는데 다소 효과가 있지만 다른 상품들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이온은 공기 중 오염물질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만 감기로부터 보호를 해주지는 못한다. 티에르노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옆 좌석 승객이 재채기 한번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에 대해 웨인 프로덕츠의 웨인버그는 재채기를 해대는 환자 옆 좌석에 앉은 승객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온이 공기중 오염물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면 감기에 걸리기에 충분한 양의 병균 흡입을 막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자선 프로젝트를 위해 자주 여행에 나서는 애리조나 스캇데일의 수잔 오닐은 그동안 68개국 이상을 돌아다녔지만 웨인 프로덕츠의 울트라-미니 에어 서플라이 덕분에 단 한 번도 기내에서 병을 얻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포터블 공기정화기나 세정제를 구입하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지만 손을 자주, 깨끗이 씻는 것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며 손 씻기가 세균감염을 막아내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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