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52)가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무장 세력의 미국 영사관 공격으로 사망했다.

12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BBC, AP통신에 따르면 스티븐스 대사가 전날 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 들렀다가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스티븐스는 지난 5월 대사로 부임했다.

또 스티븐스 이외 미국인 3명도 현장에서 함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스티븐스 대사 경호원들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리비아 시위대 수십명은 사건 발생 당시 총으로 무장한 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며 공중으로 총을 쏘며 영사관으로 몰려들었다.

스티븐스 대사는 영사관 내부에 찬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사관 건물 내부 일부는 실제 폭도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였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관은 수도 트리폴리에 있지만, 스티븐스 대사 일행은 이날 벵가지 영사관을 들러 직원들의 대피를 돕다가 변을 당했다고 미국 관리는 전했다.

리비아 의료진은 스티븐스 대사가 연기 흡입에 의한 질식으로 숨졌으며 복부 출혈 증세가 있었다고 진단했다고 AP는 전했다. 리비아 보안 소식통도 "그가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리비아 무장 세력의 피습으로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이 사망한 사건을 강력히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벵가지에 있는 미국 외교 시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4명의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비아에 있는 미국인과 세계 곳곳의 외교 시설에 대한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규탄이 잇따르는 가운데 리비아는 공식 사과를 했다.

이에 앞서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이슬람주의자를 주축으로 한 시위대 수천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현지 일간신문과 TV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 2천여명은 전날 오후 카이로 시내에서 미국 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다가 이중 20여명이 대사관 담장에 올랐다.

이들은 대사관 안뜰을 가로질러 미국 국기를 끌어내렸고 담 위에 서서 성조기를 이로 물거나 손으로 뜯으며 훼손했다. 또 성조기에 불을 붙여 바닥에 팽개치고 발로 짓밟았다.<관계기사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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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무장세력에 의해 습격을 받은 미국 영사관에 있다 사망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