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미 건국 이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운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한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추가했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을 한지 근 150년, 사회 구석구석에서 끈질기게 버텨오던 ‘인종’의 망령은 이제 힘을 잃었다.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백인 보수진영의 뿌리 깊은 반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오바마를 선택했다. 백인이 미국을 주도하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오바마의 재선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높은 실업률,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딘 경제 회복, 팽배할 대로 팽배한 장래에 대한 불안감은 국민들이 현직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조건들이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선택한 것은 두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첫째는 롬니가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의 공약들이 너무 막연하고 그의 입장이 너무 자주 바뀐 때문이다. 세금은 깎고, 국방비는 늘리고, 그러면서 재정적자폭은 줄이겠다는 약속은 듣기에 좋지만 현실성이 약하다. 둘째는 오바마가 가진 비전에 대한 공감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제, 부자 감세 철폐, 일자리 창출 중심의 경제정책, 그리고 이민, 낙태, 동성결혼에 대한 온건정책들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렇다고 단합된 공감은 아니다. 미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양분 되었다.
재선된 오바마가 우선해야 할 일은 국민통합이다. 오바마는 선거인단 확보에서 압승했지만 득표수로 보면 절반의 표심을 얻었을 뿐이다. 유권자들 중 절반은 오바마, 절반은 롬니를 지지했다. 부자와 가난한자, 남성과 여성, 백인과 유색인종 등에 따라 롬니 대 오바마로 지지가 확연하게 갈라졌다. 국민뿐이 아니다. 입법부도 양분되었다. 하원은 공화당,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 사사건건 파당적 힘겨루기로 발목이 묶였던 지난 4년의 대립과 갈등이 그대로 재연될 구도이다. 통합의 리더십 없이는 국정을 이끌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바마의 재선 승리는 4년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가 ‘변화’를 외치며 구상했던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물론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경제 재건과 아울러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난제가 당장 앞에 놓여있다. 그외 포괄적 이민개혁,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 세제개혁 및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등 난제가 산적하다.
오바마의 재선 성공은 한인들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의 백악관 재입성을 보며 우리의 2세, 3세들도 꿈을 키울 수가 있게 되었다. 유색인종에 대한 유리천정은 이제 깨어졌다. 드림법안 대상자들에 대한 추방유예 정책이 계속되고 드림법안이 다시 상정될 가능성 역시 많은 한인가정들에게 희소식이다. 오바마의 재집권은 한미관계의 안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한미공조를 중시했던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큰 변화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의 사도 오바마가 ‘전진’을 내세우며 다시 미국을 이끌어 간다. 지난 4년 동안 현실화할 수 없었던 ‘변화’가 앞으로 4년 동안 구체적으로 실현되며 미국이 21세기에도 계속 전진해나가기를 기원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