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다. 뒷마당에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아 나무와 꽃들을 심기로 했다. 이왕 심을 바에야 과일을 맺는 나무와 보기에도 좋은 장미를 심기로 했다.
주말마다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파면 돌들이 땅에 박혀 있어 여간 힘들지 않았다. 또 땅의 흙은 진흙과 같아서 파기도 힘이 들고 물도 잘 빠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를 심은 후에 유심히 보니 가지에 붙은 잎들이 색이 변하고 떨어져, 산 곳에 갖고 가서 물어보니 나무도 자리가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 몸살을 한다는 거였다.
그러고 보면 길에서 흔하게 보는 나무나 꽃들이 쉽게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새 땅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한 거였다. 나무보다 일찍 심은 장미들은 여기 토양이 맞는지 꽃을 피우는 반면에 나무들은 힘들어 했다. 다른 자리로 옮겨 심어 주기도 하고 화분으로 옮겨 다시 살리기도 하면서 일년이 지났다. 그동안 몸살을 하던 나무는 안정을 찾아가는지 가지나 잎에 새살이 비치기도 했다.
어쩌면 나무나 꽃들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나 태어난 곳을 떠나 미국땅에 뿌리를 내리는 우리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적응을 하는 사람도 있고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때 오래 이곳에 사셨던 분들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미국생활은 삼년이 고비인데 그 기간만 잘 지나고 나면 누구나 똑같아진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분들은 한국을 떠나 갓 미국에 온 나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그런말을 해 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무도 자기가 있던 땅에서 옮겨지면 이토록 몸살을 하는데 이민생활의 낯선 땅의 몸살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집 나무처럼 이곳에 적응이 더 되었는지 한국에 나가면 오히려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많아지다 보니 뿌리 내리기를 한 증거가 아닐까.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우리집 뒷마당에 나무들이 잘 자라 자태를 뽐내며 열매를 맺을 때쯤에 나도 뿌리를 잘 내리고 견디어 내기를 잘 했다고 내 어깨를 두드려 줄 날이 오기를 우리집에 자리잡은 나무들과 함께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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