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내리는 차가운 비는 수목들로 하여금 겨울 채비로 들어가도록 뿌리 다짐을 하게 한다. 그러나 미련을 두고 차마 낙하할 수 없는 생애들도 많이 있어 이 겨울비는 머뭇거리는 잎새들을 모조리 떨어뜨린다.
제 잎들을 땅에게 모두 돌려주고 가지만으로 기다리는 봄, 그 봄을 봄이게 하는 물오름들이 땅 밑에서는 이미 한창이다. 살면서 때로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 지 묻지 않듯이 12월의 달력 위에 낙엽 하나가 어디선가 날아와 앉았다.
바로 지금, 이 계절에 우리가 부르고 들어야 할 노래-
지난 가을은 사랑을 알게 하여서 진즉에 고마웠다고 사랑을 하면 사랑할수록 괴로움과 아픔도 함께 옴을 알았다고 이제까지 누려온 모든 것이 다 떠나고 사라진다 해도 사랑만은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 없이 있을 줄 알았다고 눈물 반 후회 반으로 달력을 보다가 작년 이맘때 쯤 그토록 꿈꾸었던 것들을 돌아본다.
셈이 모자란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단다. 사랑은 주어도 주어도 모자란 법이 없이 다시 새로운데 그래도 더 받고 싶다고 못다 채워진 가슴을 연다. 채워도 채워도 넘칠 줄 모르는 세상 일을 이리도 덧없다 한다.
겨울 바람에 추운 나무들이 서둘러 몸을 움츠린다. 낙엽들이 어두운 거리에서 날개도 없이 솟구쳤다가 흩어진다. 한때 푸르름을 자랑하던 것들, 물기 올라 살아 있던 것들 다시 한번 햇살이 비추이면 두 팔 벌려 힘껏 껴안으리라던 것들 어둠에 갇혀 침묵한 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비로서 길 위에 마주 선 그림자 끼리 서로 갈 곳을 묻는다.
우리는 사랑으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우리는 사랑으로 무엇을 또 무너뜨리는가
함께 쌓아 온 전설이 모두 다 떠나고 사라진다 해도 사랑만은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 없이 있음을 알아야 했다고 가을이 머무는 동안에,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고 거리의 불빛들이 모두 꺼진 뒤에야 촛불 하나 켠다. 스스로 몸을 불살라 떠나가는 것들의 향기를 밝히는 촛농에게서 벼랑으로부터 아득한 천 길이 거기 존재했음을 몰랐으랴
새삼 이 계절에 함께 더불어 기억할 것들이 많음을 깨닫는다. 지난 한 해 동안 좌절과 아픔 속에서도 성숙하게 하여준 것들과 성숙을 통하여 바라볼 수 있었던 새로운 시선들과 마음 풀 길 없어 바람 부는 길 위에 홀로 외로이 오래 동안 서 있었을 때 이름을 불러주고 따듯이 손 잡아준 많은 손길들과 어깨들과 작은 바램들이 모여 소망이 되어준 모든 것들을 기억한다.
그 바램들은 저마다 고맙고 착한 꽃이 되었다. 꽃을 들고 꽃잎 하나 하나의 의미들을 일일이 새기고 노래 부르면서 지금은 눈물이지만 오롯이 참고 견디어
그 바램 위에 또 다시 꽃이 피는 사랑의 계절을 기다린다.
마침내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오는 새 봄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또 다시 꽃을 피우리라. 다시 시작이다. 아프고 힘들게 핀 꽃일수록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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