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퍼펙트 게임’은 지난 1980년대 한국 야구를 풍미하던 최고의 투수 고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ㆍ조승우 역) 선수와 선동렬(당시 해태 타이거즈ㆍ양동근 역) 선수의 맞대결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내용은 단지 최고 투수간 대결을 넘어 영ㆍ호남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졌던 당시 상황을 전해준다. 영화 하이라이트는 두 선수가 선발 맞대결에서 서로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장 15회까지 혈투를 벌이는 장면인데, 이것 말고도 양팀 팬들의 싸움 직전까지 가는 모습들도 나온다.
기자가 한국으로 날아가 직접 취재를 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영화와 같은 드라마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총결집한 양상을 보인 이번 대선의 유세 현장 주변에서 본 양측 지지자들의 모습은 거의 ‘극단’에 달한 수준이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상대 후보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 일부 지지자들의 모습은 갈등의 상황을 약간은 과장에서 드라마화한 영화와도 흡사했다.
이번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세대간 표심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 쏟아졌는데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도 분석 그대로였다. 선거운동 기간 중 박 당선인의 유세장에는 50ㆍ60대 지지자들이 주를 이뤘고, 문재인 후보는 주로 20ㆍ30대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 유세장에 나타날 때는 그 열기가 두 세배 더 높았다.
그러나 이제 선거는 끝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극한적 대립과 분열을 치유해야 할 과제가 대한민국 앞에 놓여 있다.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대통합’을 이루기에는 5년의 시간이 모자라 보이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진보 진영은 변화가 선동과 시위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수 진영, 특히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 행사가 국론 분열과 대립을 야기한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절충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단지 방법이 다를 뿐,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모두 똑같다는 공감대를 이루어나가야 한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퍼펙트 게임’의 마지막 장면은 서로 피튀기며 싸우던 양팀 선수들이 승부를 가리지 못한 후 혈투를 벌인 각자의 진영을 위해 박수치는 것으로 끝난다. 각 팀을 응원하던 관중들도 상대방 선수의 이름을 호명해가며 축하해 준다. 대한민국을 빨리 선거후유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은 승자와 패자 모두를 다독거리는 성숙한 정치, 성숙한 국민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곧 2013년이 밝아온다. 새해에는 보다 서로 아끼고 타협할 줄 아는 성숙한 대한민국, 그리고 미주 한인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이종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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