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 10년차..록 뮤지션 참여한 첫 솔로 음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룹 JYJ의 김재중(27)이 록을 택한 건 사실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6년 동방신기 시절 첫 콘서트에서 밴드 연주에 맞춰 록그룹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으로 솔로 무대를 꾸몄다.
이어 2008년 일본에서 발표한 동방신기의 싱글에선 록 사운드의 솔로곡 ‘메이즈(Maze)’를 수록, 파워풀한 창법을 들려주며 로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록을 향한 로망이 있다’는 힌트를 넌지시 던졌던 그는 첫 솔로 음반 ‘아이(I)’에서 그 마음을 펼쳐보였다.
최근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인터뷰한 김재중은 "어린 시절부터 록을 좋아해 노래방에서 넥스트, 야다, 와이투케이(Y2K), 플라워 등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며 "솔로 음반을 내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데 망설이다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아이돌 가수에게 록은 자칫 위험한 ‘한 수’일 수 있다는 우려였다.
1세대 아이돌인 H.O.T 출신 문희준이 로커로 변신했을 때도,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등 아이돌 밴드가 등장했을 때도 록 마니아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즐겨 부르는 것과 앨범으로 내는 것의 차이가 있어 겁이 났죠. 록을 좋아하지만 제 음악의 뿌리가 록은 아니니까요. 힙합과 록은 마니아 팬들이 많아 앨범을 내면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김재중은 무척 영리한 선택을 했다. 록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신구 세대 록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 평소 그는 JYJ와 멤버 김준수의 음반에 자작곡을 수록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보여줬지만 이번엔 욕심부리지 않았다.
시나위의 김바다와 칵스의 숀이 타이틀곡 ‘마인(Mine)’을 공동 작곡하고 피아의 기타리스트 헐랭과 시나위의 베이시스트 김정욱이 연주에 참여했다. 김바다는 수록곡 ‘원 키스(One Kiss)’도 작곡했다.
그 덕인지 록 팬들이 즐겨 찾는 다음 카페 ‘악숭’의 게시판에도 ‘마인’ 뮤직비디오와 ‘원 키스’ 영상이 올라왔다.
그는 "내가 록 스타일의 곡을 직접 만들었다면 부담과 불안감이 컸을 것"이라며 "시도는 했지만 역시 정통 록의 느낌은 나오지 않았다. 홍대 밴드 뮤지션들이 내 음악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줘 정말 너무 기뻤다"고 웃었다.
김바다와의 인맥은 의외였다.
"저도 상상하지 못한 인연이에요. 김바다 선배가 제 지인과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죠. 다행히 선배는 아이돌이 록을 한다고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어요. 보컬 디렉팅과 연주까지 신경써주셨죠. 제가 ‘원 키스’ 가사를 쓸 때는 함축적이면서 센스있고 심플한 가사를 주문하셔서 애를 먹기도 했어요. 제 솔로 공연이 끝나면 선배와 술 한잔 하기로 했어요. 하하."
그는 김바다와 작업하며 마치 9년 전 신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바다가 녹음을 하며 샤우팅 창법을 조언했는데 데뷔 시절 작곡가들로부터 지적받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
그는 "다행인 건 원래 내 목소리가 굵고 허스키하다는 점"이라며 "지금의 미성은 일본 활동 시절 프로듀서가 ‘너의 미성이 일본 시장에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해 노력해서 만든 목소리였고, 록은 오히려 원래 내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였다"고 설명했다.
음반 전면에 내세운 곡들은 전문가의 힘을 빌렸지만 그는 ‘나만의 위로’ ‘올 얼론(All Alone)’ 등 두 곡을 작곡했다. 또 다섯 곡 중 모두 네 곡을 작사했는데 노랫말에 대한 욕심은 강했다고 한다.
’마인’의 가사에는 동방신기에서 나와 JYJ로 활동하며 느낀 심정이 담긴 듯하다.
그는 "노력해서 내 작은 영역을 만들었는데 이 영역에서의 자유마저 빼앗지 말아달란 내용"라며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내가 쇠사슬에 묶인 것도, 날아오는 까마귀 무리를 뚫고 가는 것도, 가시나무를 헤쳐가는 것도 모두 지금의 상황에 빗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인 건 JYJ를 가로막았던 여러 분쟁이 지난해부터 하나 둘 ‘끝’을 맺었다는 것.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분쟁이 3년여 만에 합의로 마무리 됐고, 이어 일본 음반사를 상대로 한 에이벡스와의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일본 소송이 끝나고 진짜 좋아서 ‘하하하’ 소리 내서 웃었어요. 억울함과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어 답답하고 아팠거든요. 두 멤버와 고생했다고 다독이며 처음 시작할 때 마음으로 다시 해보자고 했죠."
소송의 굴레에서 벗어난 JYJ의 활동은 법적인 자유를 보장받았지만 방송 출연 등에선 여전히 제약이 있다.
그는 "이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질서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주위 친한 PD, 작가들이 ‘방송 안 하느냐’고 묻는데 ‘써달라’고 했다"고 웃었다.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된 일본 활동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JYJ는 새 음반을 내는 등 그룹 활동에 치중할 계획이어서 일본 팬들에게 공연으로 인사하자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어느덧 올해로 데뷔 10년 차. 그는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이 더 많다고 했다.
"어제 잠을 뒤척이다가 일어나 데뷔 시절부터 발표한 노래를 다 들었어요. 130-140곡 정도 되던데 ‘우리가 언제 이런 곡을 다 불렀지’란 생각이 들더군요.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많이 났어요."
그는 이어 "아직 10년이 실감 나지 않는다"며 "데뷔 15년 차인 신화 형들이 젊게 살듯이 우리도 그러고 싶다. 불과 3년 전까지 피부과를 안 다녔는데 지난달에만 피부과에 열 번이나 갔다. 엄청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JYJ 세 멤버는 어느덧 음악, 드라마, 뮤지컬 등 각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다. 여전히 살가운 사이들이다.
"유천이가 연기자로, 준수가 뮤지컬 배우로 잘해내 너무 뿌듯해요. 예전엔 서로 경쟁하며 질투가 많았다면 지금은 반대입니다. 누가 멤버들을 칭찬하면 ‘어~우리 멤버야’라고 말할 정도로 자랑스러워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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