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언어는 운율이 있다. 운율이 있는 언어는 듣기에 아름답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말은 기본적으로 1,2,3,4조의 음절형식을 지닌다. 그것을 배합해서 쓰는 우리글의 구조에는 운율과 음률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고유한 정형시 시조의 기본형식은 3,4조로 되어있고, 우리나라에서 구전되어 내려온 춘향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장끼전과 같은 옛소설들도 그 형식이 같다.
구전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소설로 정착된다. 더러는 창으로, 판소리로 불리워지고, 후세에는 책이 되어 민중속에게 사랑을 받았다. 몇 시간씩 쉬지 않고 불리우는 판소리나,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읽는 이야기책을 사랑방에 둘러앉아 여러 사람들이 듣고 즐기며 공감하던 풍속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몇 시간씩 읊는 긴 판소리나 창극을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들었다든지, 읽어주는 소설책을 즐겼다는 것은, 우리말이 지니고 있는 운률이 음악적이어서 귀에 들려오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도 음유시인을 통해서 신화나 구전된 이야기들이 내려왔는데, 그 이야기에도 운율이 있고, 음악적인 느낌을 주면서 후세에 전달되었다. 서양의 고전소설도 운율이 있는 글로 씌여져 있다. 그것은 동서양이 같은 방식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양의 고전 소설이나 한국의 고전소설은 산문이면서도 리듬을 지닌 글이다.
3,4조를 기본으로 하는 정형시 시조는, 생활화되어 삶속에 깊숙히 자리 잡았으며, 작가들 사이에서 대화처럼 주고 받기도 했다. 현대시를 쓰던 김소월, 김영랑, 한하운, 모윤숙의 시대에서도 시조의 형식이 그들의 시에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우리국민이 애창하던 노래도 시조를 기본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 밑에 선 봉선화’ ‘성불사의 밤’ ‘선구자’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 등등… 3,4조는 음악으로 만들기가 아주 쉬워서, 많은 시들이 노래로 불리우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3, 4조가 우리에게 주는 동질감과 일체감 때문일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자기의 팀을 응원하는3,3,7박수나 응원가, 혹은 군가도 마찬가지다. 뿐만 하니라 우리 고유의 리듬인 북소리, 장구소리의 엇박자 속에도 특이한 리듬이 있다. 리듬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묶어주고, 일체감을 갖게한다.
이와같이 3,4조의 언어는 듣기에도 쉽고,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 잘 전달된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난해한 시라든지, 난해한 소설이 많이 나온다. 그러한 글들은 운율을 지니지 않은 글이기가 십상이고, 문장들은 불협화음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때가 많다. 그러한 글들이 나타나면서 글은 개인적인 사상을 묘사하거나, 개성에 치중하게 된다. 그러한 글들은 특이해서, 대중적인 독자들 보다는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독자층을 많이 확보한다.
음악과 미술, 다른 예술의 영역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예술은 난해해지고, 대중의 공감보다는 지은 사람의 개성과 감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현대의 예술은 점점 대중에게서 멀어진다. 그러나 난해한 예술은 전위적인 것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로 인정을 받기도 한다.
책을 멀리하는 원인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우리의 학창시절에는 많은 시와 시조를 애송하고 암송했다. 현대인이 외롭고 쓸쓸하며,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감정의 교류가 무디어진 사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의 동질성을 다시 찾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우리민족은 고유의 엇박자에도 음률을 지니고 있는 민족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잊어가는 운율, 음률을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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