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한국어통역 봉사자 통해 본 올림픽경찰서 24시
▶ 밥솥 훔친 하숙생서 매맞는 남편까지 요즘엔 차량 내 물품도난 신고 최다
올림픽경찰서에서 6개월 넘게 한국어 통역 봉사로 수고해 온 봉사자 새뮤얼 이씨(왼쪽 두 번째부터)와 스티브 김씨가 20일 경찰서 민원접수처에서 한인 민원인의 신고를 도와주고 있다. (왼쪽) 올림픽경찰서에서 한국어 통역으로 200시간 이상 근무해 온 새뮤얼 이씨와 스티브 김씨가 티나 니에토 올림픽경찰서장과 배무한 LA 한인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다.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 니에토 서장, 배 회장, 스티브 김씨, 새뮤얼 이씨. <박상혁 기자>
“60대 한인 남성이 ‘아내가 자신을 폭행한다’며 신고하러 온 적이 있었죠. 부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이 남성은 이혼을 위한 기록을 만들기 위해 경찰서에 찾아왔던 것이죠. 그런데 막상 경찰서에 와서는 신고를 주저하는데, 부인이 ‘신고해라. 감방에 갔다 와서 이혼해 주마’고 하는 등 난리가 났었죠. 결국 남편은 신고를 접수하지 않고 돌아갔어요”
경찰서 민원접수 및 신고 창구에서는 이같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경찰서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한인 이민자들의 애환과 사연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신고 접수를 도와주다 보면 별난 일들이 많다”는 게 올림픽경찰서 한국어 통역 자원봉사자인 새뮤얼 이씨의 말이다.
이씨는 또 “70대 한인 할아버지가 50대 여자를 고소하러 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이 할아버지가 한인회에서 정부보조 신청을 하고 걸어나오는데 여자가 따라오더니 차를 태워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이 여자가 ‘자신은 차도 있고 다 있는데 있을 곳이 없다’며 함께 있게 해 달라고 해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며칠 뒤에 돈을 갖고 도망갔다며 신고하러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LA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올림픽경찰서에서 6개월 넘게 한국어 통역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씨는 올해로 73세다. 부동산과 회계분야 일을 하다 은퇴한 뒤 LA 한인회(회장 배무한)의 자원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화·목요일 오전 9시~오후 12시30분 매주 7시간씩, 총 196시간을 봉사했다.
이씨는 “경찰서에 와서 접수하는 사건은 긴급을 요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기나 가정폭력, 도난사건 등이 많다”며 “영어를 못하는 한인들을 돕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LA 한인회가 파견한 또 한 명의 자원봉사자인 스티브 김씨는 자동차 딜러 매니저 출신으로 매주 월·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봉사하며 총 264시간, 최장 봉사기록을 갖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월요일 봉사 특성상 주말 동안 발생한 사건들의 신고가 한꺼번에 접수되는 경우가 많은데 평균 10여건, 많을 때는 15건 이상의 한인 민원 접수를 도와주기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가장 많은 신고는 차량 내 물품 도난 사건”이라며 “하루에도 몇건씩 신고가 접수된다. 창문을 깨고 물건을 꺼내 가는데 3초면 충분하다”며 한인들의 주의를 부탁했다.
김씨는 또 “한인 여성이 타인종 남성과 동거하다 사이가 틀어져 남자 신청으로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처분을 받는 경우도 많다”며 “한인 여자가 그런 사실도 모르고 남자 집에 찾아갔다가 남자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해고된 직원이 직장을 찾아가 물건을 훔친 다음 주인으로부터 돈을 요구하지 않나, 하숙비를 내지 않아 쫓겨난 하숙생이 하숙집을 찾아가 전기밥솥을 훔쳐오다 감시카메라에 찍혀 잡혀오는 등 타운은 요지경”이라고 말했다.
새뮤얼 이씨는 “사기 접수를 도와주다 보면 사기는 항상 아는 사람이 치더라”며 “한평생 살면서 아는 사람들에게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와 김씨는 20일 티나 니에토 서장과 배무한 LA 한인회장으로부터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았다. 니에토 서장은 “한인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한인들의 민원 접수가 한결 수월해졌을 뿐 아니라 경찰이 한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회는 지난해 8월부터 올림픽경찰서에 봉사자를 파견해 평일 낮시간 위주로 영어가 불편한 한인들의 한국어 통역과 경찰 리포트 작성 업무 등을 돕고 있다. 현재 6명이 봉사하고 있으며 봉사자를 계속해서 모집하고 있다.
문의 (323)732-0700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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