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오늘 환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요새 환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롤러코스터처럼 어지럽다. 상승과 하락, 둘 중 하나는 분명한데 그것을 못 맞추겠다. 그러니 손님들에게 죄송하다.
지난 1월에 1억 원을 송금한 손님은 9만5,000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 한 손님의 경우에는 9만 달러도 안 되니(내 잘못은 없어도) 어쨌든 마음이 아프다. 2개월 만에 5,000달러 이상 손해가 났으니 말이다.
불과 두 달 전 금방이라도 원 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던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더 떨어진다고 했지만 정작 환율은 반대로 올라가고 있으니 참 알 수 없는 것이 환율이다.
외환도 하나의 상품이다. 상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듯이 외환의 가격인 환율도 외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만약 환율이 1달러에 1,200원에서 1,100원으로 떨어지면 이것을 환율인하(환율하락, appreciation)라고 한다. 1,200원이 있어야 1달러를 바꿀 수 있었는데, 이제는 1,000원만 있어도 되니, 그만큼 한국 돈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원화가치 상승 = 환율 하락)
국제 회계사로써 오래 일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 미국으로,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가는 여러 가지의 송금 거래를 보게 된다. 당연히 손님들은 묻는다. 언제 송금을 하는 것이 가장 이득일까요? 대답 대신에 나는 이 이야기를 꼭 해준다.
5년 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다. ‘미국에서 곧 자금이 이탈한다 → 그 돈은 한국 주식시장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돈으로 환전을 해야 한다 → 한국 돈에 대한 수요가 늘고 그러니 한국 돈의 가치는 올라간다 → 따라서 환율은 떨어질 것이다.’ 그 예상들을 아이비리그와 서울대를 나온 수재들이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작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45%만 떨어졌지만 중국은 75%, 한국은 65%나 주가가 폭락을 했다. 환율도 달러당 850원 아래로 떨어진다고 예상했었는데 실제로는 거꾸로 1,600원까지 올라가 결국 한국에서는 환율 대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주식도 어렵지만 환율은 더 어렵다. 환율 예측은 진짜 어렵다. 세계적인 인재들이 모였다는 골드만 삭스가 이번에 환율 전망치를 또 수정 발표했다. 하버드 MBA를 나오지도 않은 내가 플러싱 구석에 앉아 세계적인 환율이 어떻게 될지를 내다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손님들에게 “미안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말할 때 속으로 진짜로 죄송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오늘 아침에 또 내 사무실 한쪽에 붙은 <환율 그래프>에 어제의 점을 찍는다. 그래도 나만큼 아는 회계사 있냐고 스스로 위안을 삼지만 누가 또 환율을 물어볼까, 사실은 겁부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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