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능은 미국이 큰 나팔수가 돼 불어줘야 세계화되고 돈도 생긴다"
시인 김지하(72) 씨는 1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에서 강연회에 이어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북 대치상황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 등 주요국가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일본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어 쓰면 망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못 쓸 것"이라며 "국민도 이를 알고 불안해하지 않는다. 다만 걱정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기자의 질문에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로,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속사포처럼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그는 앞서 스탠퍼드대 교수와 학생, 북가주 한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세계:한국의 산과 미국의 물’(A New World: Korea’s Mountains and American Waters)이라는 제목으로 초청 강연회를 했다.
이어 그의 아내 김영주(67) 토지문화재단 이사장도 ‘박경리, 나의 어머니’(Pak Kyong-ni, My Mother)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다음은 김 시인과의 일문일답.
- 남북한 대치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평가한다면.
▲ 그런 ‘애’에 대해 관심이 없다. 공산주의라는 게 먹자고 시작한 것인데 3대에 걸쳐 세습왕조 만들고 남한이 좋은 뜻으로 가져간 지원금으로 핵폭탄 만들고, 인민 300만 명이 굶어 죽은 나라다.
핵폭탄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등이 이미 가지고 있고, 일본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어 쓰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못 쓸 것이다. 그런데 쌍안경 들고 ‘저기 불질러라, 저기 벌초해라’ 하는 애들에 대해 말할 가치가 없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핵폭탄 위협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겁내지 않으면 효과도 없다. 국민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다만 걱정은 할 수 있다.
-- 한국에 있어 미국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 미국 여행이 이번이 4번째다. 사실 올 때마다 반동이니, 친미파니 욕을 먹었다.
미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궁금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왜 기후협약에 나타나지 않는지, 왜 이슬람국가와 그렇게 싸우는지 등이 궁금해 미국에 왔고, 여러 가지를 살펴봤다.
미국이 옳은지, 그른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한번은 애틀랜타와 휴스턴 사이를 자동차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큰 도로에 내가 타고 있는 차 한 대, 그리고 숲과 개울만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생태학적으로 쾌적성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캘리포니아의 수십만대 풍력기 등 풍부한 에너지, 대공황 실업문제 등에 대비해 애리조나주 무인지경에 미리 준비중인 사막 농토개선사업 등을 보고 놀랐다.
한국의 숨은 재능은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미국이 큰 나팔수가 돼 불어줘야 세계화가 되고 돈도 생긴다. 이제 시작이다. 싸이의 ‘말춤’이나 K-팝을 봐라.
미국은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존방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한때 제국주의였던 점 등 고쳐야할 점도 많다.
-- 예전에 쓴 시(詩) 가운데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내용이 많은데 현재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보는지.
▲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이상한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완벽이라는 게 없다. 이것은 유럽 정치과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민주주의는 완전형이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허상인지도 모르겠다.
당시에 갈망했던 것은 (자유에 대한) 제약이 심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신을 반대한다. 그래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만나고 싶어할 때도 거절했던 것이다. 다만 그가 원주에 오면서 지학순 주교의 묘소에 참배하고 사과를 하면 만나겠다고 했고 그가 그렇게 해서 만났다.
그때 내공이 쌓인 것을 보고 그것을 잘 활용하라고 하고는 두 가지를 부탁했다. 문화를 개방하라는 것과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을 유임시키라는 것이었다. 김 장관은 개인적으로 몇번 만났는데 슬픈 눈과 독한 눈을 모두 가진 진짜 군인이었다.
-- 한국에서 새 정권 들어선 후 소통이 잘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 정권 내부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상당 부분은 민주당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 이후 한국 일각에서 비판이 일고 있는데. 한국작가회의에서는 제명 논란까지 일었다.
▲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들어간 적도 없는데 제명한다고?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허름한 촌놈으로 살다 죽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비판한다고 해서 화가 나지도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좋다고 한 것은 (여성의 시대가 오고 있는 시점에서) 그가 여자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한번 해보라는 것이고, 또 기독교 교리에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있다.
그들 중에 나를 반동분자라고 하기도 하지만 반동은 온동이 있어야하고 내가 온동인 만큼 반동은 그들이다. 일본 신문과 인터뷰에서도 그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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