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가정의 비극을 통해 내 가정의 좌표를 다시 보게 된다. 미국을 놀라게 한 보스턴 테러사건은 문화권이 다른 미국에서 이민생활 적응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산 교과서다.

부모의 맹목적인 자식사랑도 문제다. 테러 용의자의 어머니 주베이다트(45)는 아들들이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보스턴 거리의 핏자국은 경찰이 붉은 페인트를 칠한 것이며, 배낭을 거리에 내려놓은 사진도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뉴욕의 9.11 테러사건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슬람 신앙에 깊이 빠졌다는 어머니가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아들 중에 테러리스트가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앙은 열심도 중요하지만 바른 신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스턴 사건이 일깨워주고 있다. 광신은 신앙이 아니다. 광신자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전부며 그것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이슬람신앙을 가진 무슬림 중에는 과격한 신자가 거의 없다. 자신이 깨우쳤다며 새로 이슬람 신앙을 갖게 된 무슬림이 문제다. 이번 보스턴 테러사건의 용의자 형제들이 이 케이스에 속한다. FBI가 교도소에서 무슬림으로 개종한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스턴 테러사건에 연루된 차르나예프 가족들의 미국 이민과정을 살펴보자. 이들은 정치적 망명자로 2006년 영주권을 받았다. 죽은 큰 아들 타메를란은 미국의 올림픽 복싱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며 가족의 꿈이기도 했다. 그는 체중이 201파운드인데도 몸이 빨랐고 펀치가 강했다. 드디어 2008년에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헤비급 챔피언이 되었다. 미남인 그는 헐리웃 스타와 같은 복장에 피아노도 잘 쳐서 뉴잉글랜드 지방의 권투계에서는 화제였다.

그런데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전을 몇 달 앞두고 가진 시카고의 흑인선수 라마 페너와의 대전에서 상대방을 강펀치로 쓰러트려 카운트다운이 8까지 세어졌는데도 판정은 타메를란의 패배로 나왔다.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겼다. 이 판정에 대회장이 시끄러웠었다.

리턴 매치를 앞두고 타메를란이 일을 저질렀다. 라마 페너을 찾아가 “너 같은 건 내 상대가 못 된다”고 모욕을 주면서 그의 코치에게 “좀 똑똑히 복싱을 가르쳐라”고 비아냥댔다. 이에 기분이 상한 페너의 코치는 복싱협회에 “미국시민이 아닌 타메를란이 어떻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느냐”며 공식 항의했다. 다음해 미 복싱협회는 미국 시민권이 없는 복서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올림픽 선수가 되려는 타메를란의 꿈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그는 학교도 그만두고 권투도 중단했으며 그후 이슬람신자가 되었다.

타메를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미국이민 꿈도 깨졌다. 경제 불황에 살기가 어려워 아버지는 면허증 없이 차 수리를 했으나 벌이가 신통치 않았고 어머니 주베이다트는 백화점에서 속옷을 훔치다가 적발되는 망신을 당했다. 이들 부부는 미국이민을 후회하며 재작년 체첸 부근의 다게스탄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파경에 이르러 별거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성격이 너무 강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민생활 실패에 가정까지 깨진 것이다.

인생은 만남이다. 자식도 부모를 잘 만나야 하지만 부모도 자식 잘 만나야 한다. 자식 잘못두면 평생을 고생한다. 죽을 때까지 애를 먹인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책임은 무한정이기 때문이다. 가정이 깨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보스턴 테러사건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