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버락 오바마와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모두 금년에 새로 취임한 대통령들이다. 미국에서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편지를 쓴다. 집무실 책상 위에 두고 나가면 뒤에 오는 대통령이 읽어보는 것이 전통이다. 야당과 여당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져서 마음은 속상해도 미국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 오바마도 취임 첫날, 책상위에 놓인 부시의 편지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내 사무실을 떠나는 손님들이 있다. 이유야 어떻든 참 많이 죄송스럽다. 어떤 회계사를 쓰든지,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회계사 앞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회사 사정은 어땠으며, 세금 문제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당장 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적어서 보내준다.
모든 회계사들이 이렇게 하면 어떨까? 미국의 대통령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인수인계된 서류에 필요한 정보는 모두 있다. 싫다고 떠나는 마당에 사실 그것은 ‘오바’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그 손님 때문에 그동안 먹고살았다. 편지 한 장 쓰는 정도의 애프터서비스는 내 감사의 표시이다.
하나 더. 회계사 사무실은 병원 응급실과 같다. 먼저 온 환자를 먼저 진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늦게 왔더라도 생명이 아주 위독하면 먼저 보는 것이 응급실의 진짜 원칙이 아닐까? 그리고 거기서 살릴 수 없으면 빨리 다른 상급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의사의 윤리이자 책임이다. 이때는 갖고 있는 모든 환자 정보를 다음 의사에게 제대로 전달해줘야 한다. 그것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피 검사부터 다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통령도 그렇고, 의사들도 그렇게 한다. 그런데 회계사가 못할 이유가 없다. 정 시간이 없으면 ‘이 손님, 잘 부탁합니다.’ 정도의 간단한 편지라도 꼭 써서 떠나보내고 싶다. 회계사가 손님을 걱정해야지, 손님이 회계사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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