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수영복을 바꾼다고 수영 실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코치를 바꿔야 한다. 옆에서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코치가 필요하다. 왜 그런지 설명을 잘해주는 코치가 있어야 수영 실력이 는다.

PwC, Deloitte, E&Y, 그리고 KPMG가 세계 4대 회계 법인이다. 이들 Big4의 전체 직원은 70만 명. 회계사 비용으로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900억 달러.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90조원이나 된다. 미국의 500대 기업, 우리가 알고 있는 웬만한 회사들은 모두 이들 대형 회계 법인들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미 전역에는 약 5만개의 크고 작은 회계 법인이 있다. 거기에는 직원이나 사무실도 없이 혼자 운영하는 회계 사무실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작은 회계 사무소에서 대형 회계 법인으로 옮기면 미국 국세청(IRS)세무 감사를 받을 위험이 확실히 줄어들까? 큰 회계 법인에서 작은 곳으로 회계사를 바꾸면 은행에서 당장 대출금을 갚으라고 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회사의 사정에 맞는 회계 법인을 골라야 한다. 같은 조건에서, 단지 IRS 감사나 은행이 무섭다고 무조건 대형 회계 법인을 선택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와 같은 대형 회계 법인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나와서 책임감을 갖고 자상하게 도와주는 작은 회계 법인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들이 갖는 최고의 장점은 빠른 답변이다. 대형 회계 법인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첫 번째 불만이 담당 파트너와 전화 연결도 힘들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늦다는 것이다. 큰 조직은 보통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둘째는 개인의 풍부한 경험이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작은 회계사 사무실의 회계사들 중에서 Big4에서 10년 이상 일했던 회계사들도 있다. 대형 회계 법인의 회계사들 중에서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5% 정도나 될까?

셋째, 해외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과세 문제, 부모 회사를 합법적으로 자녀에게 이전시키는 문제 등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는 오히려 담당 직원이 자주 바뀌는 대형 회계법인보다 작은 회계 법인에서 더 친절하고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형 회계 법인들이 받는 수수료가 많게는 10배가 넘는다. 질문에 대한 답변에 일일이 시간당 비용을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다. 그와 같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작은 회계 법인으로 회계사를 바꾸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명품 수영복으로 바꾼다고 무조건 수영 실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선수의 세세한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련한 코치인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