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아직도 윤창중 후유증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국제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 일정 수행을 위해 3명의 인턴을 뽑았는데 모두 남자들로만 채웠고 태국 주재 한국 대사관의 여직원도 업무 일정을 조정해 방문단 일행과의 접촉을 최소화 시킨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윤창중 사건의 여파로 여성대신 남성만 뽑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한국 정부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강행군하는 일정이어서 남자가 많이 뽑힌 것 뿐”이라며 “의도적으로 여성 인턴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그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여성 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혼쭐이 난 한국 정부가 성추행의 빌미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총리는 또 일행들에게 ‘금주령’도 내렸다. 오야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이하부정관’의 고사처럼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피하자는 것이겠지만 실소가 절로 난다.
미국 같으면 성차별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일인데 한편으로는 한국정부가 얼마나 수행원들을 믿지 못했으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만한 ‘특단의 조치’까지 내려야 했겠는지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한국 정부 수행원들의 ‘술버릇’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했던 국민일보 신창호 기자는 국민일보 온라인판 쿠키뉴스에 올린 글에서 “윤창중 성추행 당일 다른 수행원-기자단도 술 취해 있었다”고 털어 놨다.
그는 “윤 씨에 가려져 있지만 그날 취해 있던 박근혜 대통령 수행단 및 기자단 식구들은 상당히 많았다. 기자단이 묵었던 워싱턴 중심가 페어팩스 호텔 로비 근처에는 혀가 꼬부라진 한국인들이 꽤 많았다. 가끔 로비 밖 길거리에서 소주 팩을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미국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텔 쪽을 쳐다봤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장면이다.
대통령이 이들과 함께 밤새 술파티를 벌였을 리는 없었을 것이고 다음날 의회 연설 등 바쁘고 중요한 일정을 위해 고심하며 잠을 설쳤을 그 시간에 수행원들은 술에 취해 비틀대고 호텔을 누볐다니 국제 망신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 방미사실이 미국 일간지의 쪽 기사로도 장식되기 어려운 작은 나라의 대통령 수행원들이 밤새 취해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 본 워싱턴DC 주민들은 한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국을 방문한 아프리카 소국의 수행원들이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비틀 댔다면 한국의 언론들은 가난한 미개 국가의 볼썽사나운 추대라며 온갖 비난의 화살을 쏘아 댔을 것이다. 미국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LA방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날 총영사관이 수고한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잔류 청와대 직원들이 폭탄주를 마신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 공무원들의 술문화가 오죽했으면 정 총리가 수행원들에게 금주령까지 내려가며 몸조심을 다짐했을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다. 거꾸로 밖에서 새는 바가지가 집에서는 오죽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긴장하고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드라마마다 술 마시는 장면이 봇물처럼 넘쳐나고 일간지 웹사이트마다 버젓이 “아슬아슬한 치마속. 아찔한 가슴노출”등등 관음증을 유발하는 온갖 선정적 문구와 사진들이 곳곳을 도배하는 한국에서 술 마시고 흥청대며 여성을 희롱하는 일들을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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