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 is the bird that feels the light
when the dawn is still dark.
신앙이란, 아직 어두운 새벽
그 빛을 느끼는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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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신령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새벽은 ‘영(靈)으로 드리는 기도’가 저절로 되는
시공입니다. 어슴프레 밝아오는 여명 속에, 사람의
얼과 넋은 피할 수 없는 신명(神明)을 감지합니다.
시성 타고르의 싯말처럼 아직 어두운 새벽의 빛을
느끼는 새가 바로 신앙입니다.
새벽 기운은 고요한 진동입니다.
조용한 새벽 안에서 우주의 굉음이 들립니다.
소리없는 소리가 새벽의 침묵입니다. 간단없이
조용히 흐르는 소리, 가만히 듣다보면 그건 침묵의
소리요 무음(無音)의 파장임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고요한 새벽의 진동이 침묵 속에서 가늘게 떠는
내 존재의 깊숙한 곳과 공명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
실존의 안팎이 둘 아닌 가운데, 태고의 아득한
느낌 속으로 파란색 물감이 진하게 번집니다.
"네 눈은 네 몸의 등불이다. 네 눈이 맑을 때에는
온몸도 환하고, 성하지 못할 때에는 몸도 어둡다."
[루카 11:34] 몸의 등불인 눈 속에 어둠의 새벽
빛이 아침을 깨우는 새들의 노래로 들립니다.
"When thine eye is single, thy whole body also
is full of light." 그대의 눈이 ‘하나’이면, 그대의
온몸이 빛으로 가득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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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is the bird that feels the light
when the dawn is still dark.
신앙이란, 아직 어두운 새벽
그 빛을 느끼는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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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뜻하는 영어단어 ‘dawn’은 본래 동사로
’빛을 키운다’는 말입니다. 밝은 낮을 가리키는 ‘day’와
뿌리가 같은 말이죠. 빛이 밝아오는 여명(黎明)은
여러 순간들이 촘촘하게 점철된 흐름입니다.
한 순간이 아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찰나들이
모여 긴긴 새벽을 이룹니다. 불현듯 밝아오지만,
새벽 안에 가만히 있다보면 영원한 찰나를 느끼게
됩니다.
어둠과 밝음의 사이를 잇는 새벽의 영성.
두 눈이 하나되며 푸른 구슬의 영롱한 빛을
알게 하는 새벽. 잠에서 갓 나와 의식과 무의식의
어슴프레한 ‘트와일라이트 존’[twilight zone]에서
깨어나는 새벽의 영성. 그렇게 새벽기도는 침묵 속에
이어집니다. 묵언과 정심으로 흐르는 새벽의 영성.
말과 생각이 멈춘 새벽의 영성은 불립문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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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is the bird that feels the light
when the dawn is still dark.
신앙이란, 아직 어두운 새벽
그 빛을 느끼는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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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
새벽의 리듬이 살짝 진동수를 트는 어느 순간.
하나 된 눈을 살며시 뜨며 기지개를 켭니다.
동트는 새벽의 뿌연 안갯빛 속으로 침상 옆
탁자 위에 계시는 성모님의 자상한 모습이
내 존재 안으로 동터옵니다. 자연스레 입이 열리고
목에 걸려 있던 묵주가 어느새 두손에 잡힙니다.
어둠이 제법 가신 새벽의 끝자락.
잠시 전엔 어둠 속 빛을 느끼는 새처럼 가만히
있었지만, 이젠 말문을 열고 정신을 가다듬어
무념무상 묵주 삼매 속으로 듭니다. ‘한마음’으로
볼록렌즈를 통과해 촛점이 모아진 햇빛이 되어,
성모송을 노래하고 노래합니다.
새벽 어둠 속 빛을 느끼던 새가 이제 짹짹짹짹
소리를 내며 영어와 한글로 천주의 성모 마리아를
찬양합니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마음으로, 신학과
종교를 모두 내려놓고 그저 ‘한마음’으로 찬미하고
전구(傳求)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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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is the bird that feels the light
when the dawn is still dark.
신앙이란, 아직 어두운 새벽
그 빛을 느끼는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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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
말과 소리와 생각이 다하고, 홀연 모든 게 끊어진
침묵 가운데, 아까 보았던 새벽 어둠 속 빛이 아직
내 안에 머물고 있음을 알아챕니다. 아까보다 훨씬 더
고요한 침묵이 다가옵니다. 이어지는 말과 소리들 끝에
바짝 다가온 침묵의 소리, the Sound of Silence.
그 침묵의 굉음이 다시 고요해질 무렵 서서히 일어나
세상을 맞을 차비를 시작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어두운 새벽, 그 빛을 느낀 새의 심정으로 여는
오늘 하루. 굳이 24시간이라 쪼개어 살지만,
그 어느 순간에도 연면하게 이어지는 기도삼매는,
오직 새벽을 여는 빛으로만 가능함을 아는 터입니다.
어쩌다 새벽을 놓쳤을 때, 하루가 어두운 느낌인 건
바로 그 때문이죠.
Faith is the bird that feels the light
when the dawn is still dark.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이토록 고매한 싯말이야말로
’24시간 영성’을 묵주알들로 꿰어주는 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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