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공인회계사>
“택시 타자. 더워 죽겠는데..” 어느 8월의 뙤약볕 아래, 여고생 3명이 맨하탄 거리를 지친 채 걷는다. 그 중 한 명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막는다. “조금만 더 걸으면 되는데, 왜 아깝게 돈을 쓰니?” 결국 그들은 20분을 더 걸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자고 한 것은 내 큰 딸이었다.
이번에는 작은 딸의 이야기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며칠 머물다 떠나던 날. 두 친구가 내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닌가? 외식을 한 적이 있는데, 자기들의 밥값이란다. 돈을 받으면서도 내 기분은 참 묘했다. 그 친구들은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아버지는 골드만삭스의 사장이거나, 또는 그 정도 경제 수준의 부모를 두었다. 내 생활수준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부자 집안의 아이들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누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택시비 10달러가 들더라도 그 시간과 에너지를 공부에 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친구 부모의 호의를 꼭 그런 방식으로 정산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
부잣집 자녀들의 경제관념이 우리 집 아이들과 많이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들이 보고 자란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여름 방학에 우리 아이들을 SAT 학원으로만 내모는 동안에, 그 부자 부모들은 돈 관리 캠프에도 보내고 월스트리트저널도 읽혔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꼬박꼬박 용돈을 쥐어주는 동안에, 그 부자 부모들은 아르바이트를 시키면서 돈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용돈에 대한 생각은 부모마다 다르다. 집안일을 해야만 용돈을 주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교육과 정서상 좋지 않다는 말도 있다. 며칠 전 미국 공인회계사 협회(AICP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1주일에 평균 15달러의 용돈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녀의 재정 교육은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우리 부모의 몫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모들의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재정 관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자신들의 돈 관리나 크레딧 점수 관리를 잘 한다는 통계가 있다. 커피 한 잔에도 영수증을 챙기고 그것을 꼬박꼬박 노트에 적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그렇게 한다. 반대로, 청구서 지급을 자꾸 미루는 부모의 나쁜 습관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 똑같이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나쁜 것을 빨리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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