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은 어땠어?” 아들이 차를 타면서 늘 물어보는 말이다. 어법이나 존칭에 다소 맞지 않지만 난 아들의 이 한마디가 참 좋다. 우선은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고 그 억양이 따뜻해서 좋다.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보는 엄마에게 ‘하이 맘’ 다음에 늘 하는 질문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나도 건성으로 대답하다가 이러면 이 대화도 언젠가 끝나겠다 싶어서 너를 보내고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의 소소한 일상이 아이에게 무슨 재미가 있으랴마는 사실은 내 대답 뒤에 아들의 학교생활을 짧게나마 듣고 싶은 마음에 즐겁게 이야기 해 본다. 그러나 아들은 항상 한마디 ‘괜찮았어’라면 끝이다. 생각해보면 살얼음판 같은 하이틴 남자아이들의 엉뚱함과 그 어정쩡한 의리에서 나오는 온갖 사고들을 듣노라면 ‘괜찮았어’ 만큼 감사한 대답이 어디 있으랴.
언젠가는 아이에게 그날 커피브레이크 테이블에서 나눈 어느 자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분의 시어머님은 몸이 불편하셔서 너싱홈에 계시는데 남편이 세끼 식사를 양식으로 드셔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너싱홈으로 매일 퇴근을 해서 어머님과 함께 저녁을 먹고 온다는 것이다. "너도 나중에 그렇게 해줄래?" 하고 농담처럼 묻는 나의 물음에 아이의 대답은 "엄마는 안 하잖아요"였다. 엄마의 행동이 아이에겐 거울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매년 두 달을 미국에서 보내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엄마도 일 년에 두 달은 자기 집에 와서 보내라고 한다. 올해는 건너뛸까 하고 망설이던 내게 아들의 말은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약하게 하고 말았다.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테루아르(Terroir), 즉 포도밭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테루아르는 부모이다. 내가 보내는 이 하루가 아이에게 테루아르가 되어 그 인생을 완성해간다고 생각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는 오늘도 내게 물을 것이고 나는 대답할 것이다. 나의 대답 속에 아이가 살아내기 바라는 삶이 있어야 한다. 내가 그 시간을 먼저 살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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