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월간 인물과 사상’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고 새로 쓴 글들로 굴종을 떠안는 것을 일종의 숙명이라고 오해하며 살고 있는, 또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강요 당하는 을(乙)들의 내면화를 책은 아프게 꼬집는다. ‘갑을관계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배해왔는가’라는 부제처럼 뿌리깊은 한국 사회의 권력자와 피권력자의 역사를 조망해 갑을 관계의 타파를 모색한다. 신문기사와 사설 등을 인용하고 있어 과거 상황을 비교적 온전히 전달하고 있다.
<갑과 을의 나라>는 관(官)은 민(民)에게,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조직내의 권력자가 부하직원에게 군림하는 ‘한국인의 모든 일상적 삶에 전방위적으로 깊숙이 침투한’ 횡포에 대해 종횡으로 현미경을 들이댄다. 핀란드에서 사우나 시설을 수입해 들여 온 중견 건설업체 대표에게 부인이 사우나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며 “이 정도 말귀도 못 알아들으면 이 바닥에서 사업하기 어렵다”고 하는 대기업 임원은 결코 낯설지 않다.
강 교수는 갑을 관계가 ‘관존민비(官尊民卑)’로부터 출발했다고 이야기 한다. 권위주의에 익숙한 민중 착취적 구조가 정당화하면서 힘 있는 사람이 군림하는 문화가 당연시 된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서열주의, 약육강식, 적자생존 같은 말이 공공연한 사회는 을의 목소리쯤은 무시 되어도 좋다는 암묵적 동의를 부추긴다. 때문에 브로커가 생겨나고 뇌물과 로비가 판치게 된다. ‘가면 쓴 뇌물’ 선물이 ‘정’으로 포장되어 유통되면서 한국 현대 정치 경제사가 ‘로비의, 로비에 의한, 로비를 위한’ 세상이었다는 주장 등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다.
법률용어일 뿐이었던 갑과 을이 어느새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드러내는 용례가 되면서 극단적으로 불만이 표출되는 현 상황에서 저자는 갑은 군림하고 을은 비위를 맞추는 뿌리 깊은 병폐를 고치기 위해서는 ‘을의 반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나타난다는 안일한 생각에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부딪치는 갑들에게 너무 순순히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하다는 말이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시위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시위의 역사까지 묶어 넣는 등 책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는 범주까지 묶은 건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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