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김 모씨가 양로원에 갔다 왔다. 어머니가 의식을 잃은 채 지난 몇 개월 동안 양로원에서 인공호흡기와 정관식이법(Tube feeding)으로 생명을 연명해가고 있었다. 의사가 김씨에게 인공호흡기를 떼어도 좋겠는가 하고 물었다고 했다. “떼어버리는 게 좋지요” 하고 의견을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김씨는 화를 냈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면 어머니가 죽게 되는데, 왜 내가 어머니를 살인한단 말이야. 어머니를 살인할 수는 없다!” 하면서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게 했다. 그 후 3개월을 더 살다가 그의 어머니는 별세했다.
또 미세스 박의 어머니도 양로원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해가고 있다. 미세스 박은 어머니를 자주 방문했다. 어머니는 아무런 의식도 없는 식물인간이다. 그저 인공호흡기로 호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심장이 뛰고 있으니까 살아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의식도 없고 반응도 없으니 살아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타인들과 의미 있는 대인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면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미세스 박은 열렬한 기독교 신자였다.
“당신은 기독교 신자.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지요” 하고 물어보았다. 믿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당신 어머니의 영혼을 식물인간의 육체 속에 오래도록 가두어두고자 합니까?” 물론 영혼을 식물인간 육체 속에 일부러 가두어두고 싶은 자녀들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영혼을 빨리 해방시켜 천당으로 가게 해서 천당에서 행복하게 사시도록 해드리는 게 좋지 않겠소?” 하고 반문했다.
미세스 박도 자기의 심정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화를 냈다. 자기 어머니를 죽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도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게 했다. 그녀 어머니는 6개월 더 살다가 타계했다.인공호흡기를 떼개 하면 자기 어머니를 죽인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많은 자녀들이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의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죽을 때 제대로 죽지 못해 인공호흡기로 살아가고 있는 본인도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부모를 간병하는 것 또한 자녀들에게 커다란 고통이고 아픔일 수밖에 없다. 이런 괴로움과 고통을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부모들이 살아있을 때 자녀들에게, 만약 자기가 의식을 잃은 채 식물인간으로 인공공호흡기에 의지해서 살아갈 처지가 되면, 부모가, 자기는 식물인간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으니까, 인공호흡기를 떼어버리라고 미리 유언을 해줄 것 같으면, 본인도 제 때에 죽어서 좋고, 자녀들도 부모를 살인한다는 죄의식을 갖지 않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해줄 수가 있어 좋다.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차라리 아름답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죽을 때가 되어서 죽어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제 때에 죽게끔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자녀들이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어느 땐가는 꼭 죽게끔 되어 있으니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