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샌포드시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흑인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조지 짐머맨(29)이 무죄로 석방된 후(본보 15일자 A1, A5면) 13일에 이어 14일에도 대규모 항의시위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에서 열렸다.
대부분의 시위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속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시위대 400여명은 북과 호루라기를 불고 ‘짐머맨은 유죄다’, ‘법률시스템 전부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사인을 들고 다운타운에서 엠바카데로 페리 빌딩까지 행진했다. SF 경찰은 마켓 스트릿을 임시 폐쇄해 다인종들로 구성된 시위대의 행동을 주위에서 지켜봤고 대부분의 시위대는 오후 10시 해산됐다.
오클랜드에서는 전날 시위대 100여명이 다운타운지역 상점 유리창을 부수고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경찰차를 공격하는 등 기물을 파손하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오클랜드 프랭크 오가와 플라자에 모인 시위대는 주요 사거리를 점령하고 차량통행을 통제하면서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일부 시위대는 알라메다 카운티 데이빗슨 고등법원 빌딩 벽에다 스프레이 페인트로 안티 경찰 슬로건과 ‘짐머맨을 죽여라(Kill Zimmerman)’라는 문구를 낙서하기도 했다.
오클랜드 청소년 보호 비영리단체 ‘Youth Uprising’을 운영하며 이날 시위에 참가한 올리스 시몬스씨는 “이번 평결로 인해 누구나 수상하게 보이는 흑인을 맘대로 총격살해하고도 정당방위로 빠져나갈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다”며 “유스단체 아이들에게 ‘폭력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오클랜드 다운타운 인근 상점과 은행들은 유리창 위에 나무합판을 설치하면서 또 있을지 모를 파손에 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다운타운의 작은 레스토랑 업주는 “왜 무슨 일이 날 때마다 오클랜드 다운타운에 모여 난동을 피우는지 모르겠다”며 “오클랜드 경찰은 시위대를 제재할 생각도 없이 기물파손하게 놔두면 어떻게 하나”라고 불평했다.
오클랜드 경찰은 최근 과거 점령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으로 최근 100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 바 있어 이번에는 과격한 진압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랜드 경찰은 이런 시위대의 난동에도 불구하고 다친 사람은 없으며 아무런 체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 콴 오클랜드 시장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위는 마틴의 죽음을 애도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럽히고 있다”며 “오클랜드시는 이같은 무질서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종식 기자>
짐머맨 판결에 알려진 13일 새벽 오클랜드 시위대는 다운타운을 휩쓸고 다니며 오클랜드 트리뷴지 빌딩 유리창을 부수는 등 난동을 피웠다. 14일 오전 인부들이 유리창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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