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맥도널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실험
▶ 입구에서 열량 적힌 쪽지 나눠주고 나올 때 메뉴 확인 쪽지 안 받은 그룹보다 되레 더 높은 칼로리 선택‘충격’
음식물의 열량정보가 권장 칼로리 이내의 음식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맨 해턴과 브루클린의 맥도널드 2개 매장을 찾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맥도널드에서 한 끼를 때울 요량이라고 가정하자. 막 출입문으로 들어가려는데누군가 당신을 불러 세운다. 친절하게도 그는 지나친 칼로리 섭취를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점심식사로 남성은 800칼로리, 여성은 650칼로리 이상을 섭취해선 안된다는 내용을 담은 쪽지까지 쥐어준다. 출입문 앞에서 쪽지를 건네받은 맥도널드 고객은 주문을 할 때 아마도 열량 정보를 염두에 둘 것이고, 아무래도 칼로리가 낮은 메뉴를 선택하려들 것이다.
요즘 젊은 여성은 몸매관리를 위해 굶기를 밥먹듯 한다. 새가 모이를 쪼는 것처럼 그저 먹는시늉에 그친다. 저렇게 먹고 될까 싶을 정도로 칼로리에 집착한다.
그러나 맥도널드를 찾는 고객이 모두 젊은 여성인 것은 아니다. 확실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연령별로 보면 젊은 여성의 비율이 맥도널드고객층 가운데 제일 적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해맥도널드의 ‘평판’은 칼로리에 민감한 숙녀들에겐 그다지 어필하지 않는다.
어쨌건 맥도널드로 들어서기 전에 열량 쪽지를전달받은 고객은 자신의 메뉴 선택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만의 말씀”이다.
미 공중보건 저널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맥도널드 앞에서 열량 쪽지를 건네받은 사람들은 쪽지를 받지 않은 고객들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칼로리를 구입했다.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실험은 맨해턴과 브루클린의 맥도널드 2개 매장에서 이뤄졌다. 카네기 멜론 대학과 코넬 대학의 연구원들은 맥도널드로 들어가는 사람에게접근해 점심 메뉴로 무엇을 선택했는지 보여주는영수증을 갖고 나와 간단한 인터뷰에 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에게는 초과해서는 안 될 한끼 식사의 열량이 담긴 쪽지가 주어졌다. 하루 전체 필요 열량도 함께 제시됐다.
반면 샘플 그룹과의 비교분석을 위해 설정된통제그룹에는 칼로리에 관한 조언이나 정보가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식사를 마친 후 인터뷰에 응한 맥도널드 고객에게 점심식사로 몇 칼로리를 섭취했다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한 다음 그들의 답변을영수증에 적힌 메뉴의 실제 열량과 비교했다연구 분석에 포함된 총 1,094명의 맥도널드 고객 가운데 음료수나 디저트가 아니라 식사를 주문한 여성은 평균 824칼로리, 남성은 890칼로리를 구입했다.
주문한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다고 가정할 경우남성은 평균적으로 적정량보다 11%가 많은 칼로리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는 이보다 심했다. 이들은 권장 칼로리를 평균 27% 이상 초과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칼로리에 신경을 쓸 법한데 그렇지가 않았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사실은 쪽지를 받은 쪽이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평균 49칼로리를 더 섭취했다는 점이다.
평균 50칼로리 미만의 근소한 차이기는 해도쪽지를 받은 그룹이 더 낮은 열량을 섭취했을 것이라는 연구원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간이란 원래 충고나 조언을 거스르려드는‘청개구리’ 족속인지도 모르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종종 따로 논다. 염불처럼자제를 외치다가도 막상 맥도널드의 프렌치프라이 냄새의 세례를 받게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연구원들의 관심은 지각 있는 아이디어가 결과적으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이유다.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결과를 내야 정상이다. 공중보건의 입장에서 볼 때 대중의 건강증진을 위한참한 아이디어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세 번, 한 번에 3분씩 양치질을 하라는 공중보건 차원의 권고는 충치예방 효과로 연결되어야 한다. 하루 3번 3분 양치의 공익광고를 숱하게 내보냈는데 대중의 치아 건강이악화됐다면 그건 분명 문제다. 무엇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됐는지 경위를 밝혀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카네기 멜론 대학과 코넬 대학의 연구원들도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거듭한 끝에 적절한 충고의역효과를 설명해 줄 나름의 이론을 만들어냈다.
즉 그들의 계획이 역효과를 낸 이유는 맥도널드 고객들이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한 칼로리와쪽지에 적힌 칼로리의 비교를 통해 그들이‘ 안전열량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그릇된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다.
그들이 주문할 음식의 열량이 권장 칼로리의안쪽에 있다는 생각에 소다와 프렌치프라이즈를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큰 것으로 시키다보니 열량 초과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칼로리 쪽지를 받은 사람들의 평균 초과 열량이 50칼로리 이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맥도널드의 점심메뉴로 가장 높은 수요를 보이는 빅맥은 550칼로리의 열량을 담고 있다. 빅맥하나만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점심식사 권장 열량인 800칼로리와 650칼로리에 훨씬 못 미친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안심하고 소다와 프렌치프라이즈를 수퍼사이즈로 주문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계산이 빗나가게 된다. 라지(large) 프라이즈에무려 500칼로리, 라지 Coke에는 280칼로리의 열량이 숨어 있다.
메뉴에 각 음식물의 칼로리 정보를 밝혀두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조사한 이전 연구는 효용가치가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식당을찾은 고객들은 메뉴판의 열량 정보를 참고해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그 연구는 서브웨이 샌드위치샵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서브웨이는 맥도널드와는 완전히 다른 고객층을 거느리고 있다. 음식에관한 두 식당의 평판은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하늘과 땅 차이다. 서브웨이 고객은 건강한 음식을 선호한다. 적어도 평판은 그렇다.
평판을 뒷받침하듯 서브웨이 조사에 참여한사람들은 한결같이 정상적인 체중질량지수(BMI)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서브웨이가 아닌 맥도널드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면 결과 역시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카네기 멜론과 코넬 대학의 연구는 그같은 추측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서브웨이의 주 고객층은 자신의 건강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집단에 속한다. 최소한 맥도널드의 주 고객층과 비교하자면 그렇다. 칼로리 계산도 잘한다. 한 마디로 알아서 음식을 가려먹는 부류다. 이들은 위험에 노출된 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브웨이 고객들을 상대로한 조사 결과는 광범위한 낙관론의 근거를 제공하지 못한다.
연구결과를 바라보는 공중보건 담당자들의 마음은 무겁다. 설사 식당 메뉴판에 열량 정보를 기재한다 해도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루어야 할 집단은 알아서 건강에 신경을 쓰는 무리가 아니다.
공중보건은 늘 건강위협에 노출된 취약층에관심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고를 변화시키기는 쉽지가 않다.
< L A 타 임 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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