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거리를 사러 들린 마켓에서 아줌마는 고민이 많다. 농약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제조과정도 좀 의심스러운 중국산은 일단 제외하고,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일본산도 내려놓는다. 두부라도 고를라치면 유전자 조작 콩이 원료인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아무리 유기농이라고 표시되어 있어도 일단 의심부터 해본다. 유기농이지만 칠레나 멕시코에서 생산된 것은 유통기간이 기니까 아무래도 불안하다. 그래서 로컬 유기농 식품을 고르자니 가격이 만만찮다.
‘차라리 텃밭을 가꿔볼까?’ 살짝 고민도 해보지만, 농사를 짓기엔 아줌마는 너무 할 일이 많고 게다가 약간(?) 게으르기까지 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겨우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골라 사온다. 밤에 누워서 생각해보니 노르웨이 앞바다에 러시아 핵잠수함이 침몰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거 같다. ‘저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줌마의 고민은 갈수록 점입가경이 된다. 최근엔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불량품이 많다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중국에선 엄청나게 많이 새 원전을 공사 중이라는데, 사고라도 나면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 물질이 죄다 한반도로 몰려갈거라고 한다.
또 원전 사고가 난 일본 동북부 지방에 귀 없는 토끼가 태어났다는 보도까지 듣게 된 아줌마는 잠까지 설친다. 이불을 걷어찬 아들의 이불을 덮어주다 걱정스레 아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저 애가 살아갈 세상은 과연 안전할까?’ 영 심란하기만 하다. 아줌마가 누리고 살았던 안전하고 아름다웠던 자연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진다. 아줌마가 어렸을 땐 물을 사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사람이 다 있다고 웃었는데 앞으론 공기를 사먹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아니라 식은땀이 난다. 어쩌면 이 모든 불안은 우리가 그동안 너무 누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값싼 에너지를 얻겠다고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값싸고 병충해에 강하다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면서 자연의 순리를 교란시킨 우리의 자업자득이고, 결국 미래 세대의 발목까지 잡게 된 것이다. 그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일, 방법을 찾는 일이 세 아이를 둔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미안해지지 않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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