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사로펫’ 경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운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건강을 위해서다. 그런데 건강을 다지고, 지키기 위해 하는 운동도 지나칠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매년 스웨덴에서 열리는 바사로펫(Vasaloppet) 경주의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우프사라 대학이 실시한 연구의 결론이다.
바사로펫은 매년 3월 스웨덴 북부지역에서 펼쳐지는 56마일 크로스-컨트리 경주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스키 마라톤이다. 스키화를 신었으니 마라톤보다야 쉬울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체력소모가 심해 상당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완주 자체가 쉽지 않다.
바사로펫은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기 위한 연구에 자주 동원됐다. 결론은 거의 예외 없이 긍정적이었다. 출전자들 대다수가 건강과 장수를 누렸다는 천편일률적인 내용이었다.
우프사라 대학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달랐다. 역대 출전자 가운데 5만3,000명의 건강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1989년부터 1999년에 이르는 기간 바사로펫 크로스컨트리 경주에 자주 참여하고 좋은 기록을 올린 사람들 사이에서 이후 10년간 심장박동 이상, 즉 부정맥에 따른 입원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지나친 운동의 역효과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무엇이건 과하면 독”이라든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옛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과도한 운동 역시 건강에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
이제까지 나온 관련 논문은 운동이 심장건강을 개선하고 심장질환으로 인한 요절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내용이 골자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힌트도 더러 섞여 있다.
한 예로 일평생 지구력 운동을 해온 50세 이상의 남성을 대상으로 2011년에 실시한 연구 결과 이들에게서 섬유증(fibrosis)이 비교적 자주 발견됐다. 섬유증이 있다는 것은 심장근육에 상처가 생겼다는 얘기다. 이들의 비교대상은 운동을 하지만 경주 따위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50세 이상의 남성이었다.
‘유럽 심장저널‘ 6월호에 발표된 바사로펫의 연구 보고서와 이와 유사한 결론을 제시한 ‘미 심장학 저널‘ 7월호의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는 ‘안전한 운동‘의 상한선에 관한 논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플러스원(PloSOne)에 실린 쥐를 이용한 또 다른 실험은 장기간 강도 높은 운동을 꾸준히 할 경우 부정맥의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치명적인 심장질환의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절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심장은 각각 한 짝의 심방과 심실로 구성되어 있다. 부정맥은 한 마디로 너무 빠르거나 느린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을 뜻한다. 심장 위쪽에 위치한 2개의 심방과 아래쪽의 2개 심실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현상으로 어느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따라 심방세동과 심실세동으로 구분된다. 정상보다 느린 맥을 서맥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부정맥이다.
바사로펫의 연구에서 출전자의 1.7%는 경주 이후 수년간 일종의 부정맥을 앓았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예상되는 것보다 높은 퍼센티지다.
그러나 결과는 거의 일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부정맥을 앓은 대부분의 경주 출전자들은 심방세동을 일으켰지만 일부는 서맥을 보였다.
한 가지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은 여성이건 남성이건 많은 경주에 출전해 좋은 기록을 거둔 사람일수록 입원을 필요로 할 정도로 심한 부정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힘든 운동을 한 동물의 심장을 면밀히 조사한 ‘쥐들의 마라톤’ 연구는 이에대해 눈여겨 볼만한 단서를 제공한다.
보고서에서 몬트리올 대학의 과학자들은 수컷 성년 쥐들을 거의 하루 한 시간씩 16주 동안 빠른 속도로 달리게 했다. 16주가 지난 후 쥐들은 날렵한 ‘몸짱 쥐’로 변신했다. 이들의 심장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비교대상 그룹의 쥐들과 생리적인 차이를 보였다. 심장의 심방이 커졌을 뿐 아니라 신경계와의 상호작용도 달라졌다.
장기간의 지구력 훈련 뒤에 나타나는 이같은 변화는 정상적일 뿐 아리라 바림직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일부 마라톤 쥐들의 심장은 심근반흔 신호를 보였다. 심장근육에 무리가 왔다는 뜻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약물을 이용해 심방세동을 유도하자 과한 운동을 한 쥐들은 그렇지 않은 비교대상 그룹의 쥐들에 비해 훨씬 쉽게 부정맥을 일으켰다.
연구를 주도한 스탠리 네이틀 박사는 섬유증과 신경계 변화의 일부 조합이 장거리 달리기를 한 쥐들을 부정맥에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쥐 실험에서 밝혀진 사실이 장거리 달라기 선수의 인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해볼 방법은 없다. 마라토너에게 쥐들에게 했던 것처럼 약물을 이용해 부정맥을 유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프사라 대학의 바사로페 보고서 공동저자인 카스퍼 안데르센 교수는 “더 많은 훈련을 거친 선수들 사이에서 부정맥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관찰됐지만 신체활동과 운동은 다른 질환 위험을 줄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미시간대학이 내놓은 제3의 보고서는 앞서 나온 두 건에 비해 고무적이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8주간에 걸쳐 쥐들을 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몬트리올대학의 실험에 비해 쥐들의 달리는 속도와 기간은 늦춰지고 단축됐다.
쥐들은 8주간 다소 완만한 속도로 뛰었다. 8주 뒤 연구팀은 이들의 부정맥을 유도했다. 과학자들은 심방세동보다 훨씬 치명적인 심실세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운동을 한 쥐의 심장은 비교 대상 그룹에 속한 쥐에 비해 심실제동 유도에 효과적으로 저항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미시간대학 부정맥연구센터의 오메르 베렌펠드 교수는 “왕성한 운동은 심방에서의 부정맥을 유도하는데 손을 보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실 부정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몬트리올 대학의 연구를 지휘한 스탠리 네이틀 박사는 약간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미시간대학 연구에 동원된 쥐들은 몬트리올대학 실험에 차출된 쥐에 비해 과도한 운동을 하지 않았고 운동기간도 절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심장근육에 상처가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장근육에 상처가 생길 때 심실세동이 생기는데 이 경우 그 정도 단계에 이를 만큼 힘든 운동을 장기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가면서 오직 운동의 건강효과만을 챙긴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렇듯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은 수년간 집중적인 지구력 훈련을 거친 사람의 심장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데르센 박사는 “운동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위험해진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사로펫 출전자들은 스웨덴인들의 평균연령보다 오래 살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조언은 간단하다. “평소처럼 운동을 계속하되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심장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쉬운 대답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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