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년부터 ‘의무 건강보험’에 여기저기서 푸념
▶ 비용은 얼마고 어떻게 좋은지 나쁜지 대부분“모른다” 가주, 월말부터 온라인 계산기 가동 보험료 산정 도와
스캇과 대니엘레 넬슨이 두 자녀 테일러(7), 데인(3)과 알리소비에호 공원에서 놀고 있다. 대니엘레는 지난 3월 암 진단을 받았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스캇과 대니엘레 넬슨 부부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법은 아무리 껍질을 벗겨도 알맹이가 드러나지 않은‘양파’와 같다. 소문은 요란한데 실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의료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몰아올 획기적인 법이라는 얘기는 귀 따갑게 들었지만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한 확실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 의료개혁법을 두고 서로 대척점에 선 정치세력과 의료계 내부의 찬반그룹이 본격적인 시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논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은 이 법의“무엇이, 어떻게, 왜” 좋거나 나쁜지에 대한 확실한 감을 잡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넬슨 부부가 느끼는 답답증은 보다 현실적인 이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주 의료보험사인 에트나는 넬슨 일가에 대한 커버리지가 올해 말로 취소된다고 통고해왔다.
18개월 전 퇴직할 당시 회사 측은 한시적으로 직장 건강 가족보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올해 말로 커버리지가 취소되니 오바마케어에 따라 새로운 보험으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보험사의 취소결정 통보에 대니엘레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금융업계의 공룡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도산하며 미국을 금융위기의 아수라장으로 몰아넣었을 당시 이 회사의 남가주 지사 부사장으로 일했던 대니엘레(42)는 지난 3월 암 진단을 받았다. 보험 없이 ‘암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은 비무장 상태에서 전쟁터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캇(49)은 “우리의 삶이 물구나무서듯 뒤집어졌다”며 “의료보험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넬슨 부부는 그날부터 인터넷을 뒤져 ‘오바마케어’에 대한 자료검색에 들어갔다.
다행히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의료개혁법은 기존의 병증을 이유로 보험사가 환자의 가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못박아 놓았다. 이 사실을 확인한 후 넬슨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암 환자를 받아줄 보험사가 없을 것이라는 가장 큰 걱정이 해소된 셈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나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다.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대중의 절반 이상은 의료개혁법이 그들의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자녀와 함께 위티어에 거주하는 무보험자 스티븐 아이스푸로(50)는 가족보험의 경우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아직도 ‘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TV 시사 프로그램에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홍수를 이룬다”며 “의료개혁법이 정말 나쁜 것인지, TV에 등장하는 정치인과 의료 전문가들의 발언이 사실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고 푸념했다. 정확한 내용을 모르니, 자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내년부터 ‘대부분의 미국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방 의료법에 따라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은 그들의 소득에 근거해 무료 보험에 가입하거나 혹은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일부 계층의 보험 가입이 용이해지는 반면 직장보험을 갖지 않은 캘리포니아주의 중산층 주민들의 프리미엄은 평균 30%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정한 분량의 파이를 어떻게 나누건 결과의 총합은 늘 그대로다. 누군가 불로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추가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이른바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다.
국고만으로는 보조금 지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위해선 형편이 좀 나은 계층의 부담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장경제에서 보험사의 프리미엄을 법으로 엄격히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일부 의료개혁법 반대론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전 국민 의료보험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유경쟁에 뿌리를 둔 의료시장을 교란하고 계층 간의 위화감과 반감을 키웠다며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연방 대법원이 오바마케어의 핵심조항에 합헌 판결을 내리며 그의 손을 들어준 덕분에 이 법은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지만 ‘기술적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혼동과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바마케어 내용 가운데 넬슨 부부와 아이스푸가 알고 싶어 하는 개인 및 가족보험의 프리미엄은 나이, 가족 구성원 숫자, 소득과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이들에게 의료개혁법의 복잡한 내용과 다양한 보험 옵션을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것은 주정부의 몫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일단 10월1일까지 온라인 보험 가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커버드 캘리포니아’로 명명된 새로운 보험거래소를 설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온라인 장터와 유사한 커버드 캘리포니아 사이트에 마련된 계산기를 이용해 구체적인 보험 플랜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주 정부는 10월로 예정된 보험거래소 운용에 앞서 이번 달 말부터 온라인 계산기를 가동시킬 계획이다. 가급적 일찍 주민들이 개인보험이나 가족보험의 보험비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이다.
넬슨 부부는 의료비로 단 한순간에 집을 날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필사적으로 오바마케어 관련 정보수집에 나섰다.
스캇과 다니엘레는 오바마케어의 일부조항, 예컨대 보험사가 이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분명 그들에게 유리한 조항이지만 의사 선택과 비용에 관한 조항 역시 그들에게 유리한지는 딱 부러지게 대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니엘레는 최근 턱에 발생한 종양을 제거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정기적 검사 외에 추가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지만 그녀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항암치료 자체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는 커버드 캘리포니아에 무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정을 간단히 소개하고 도움말을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그녀에게 보험거래소 사이트(http://wwwlcovredca.com)를 소개해 주며 그곳에 마련된 계산기를 이용해 보험비가 얼마 정도가 될 것인지 알아보라고 권유했다. 담당자는 또 가장 최근 세금보고서의 37번 라인(line 37)에 나와 있는 조정 총수입(modified adjusted gross income)이 얼마인지 확인해 볼 것을 권했다.
조정을 거친 납세자의 총 수입은 정부의 보조금 수령자격을 결정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내년부터 건강보험 프리미엄은 개인의 나이와 거주 지역에 바탕해 산정된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의 프리미엄 보조는 가계 소득과 가족 구성원 수를 기준으로 자격여부가 결정된다.
연 소득이 46만달러 이하인 개인과 가계소득이 연 9만4,000달러 이하인 가정은 보조금 신청 자격이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연 소득이 1만6,000달러 미만인 개인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정부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인 메디칼(Medi-Cal)에 편입된다. 이로 인해 메디칼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화와 개혁은 때론 혼란을 수반한다. 시행착오도 따르게 마련이다. 명분과 실익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 논란은 필연적이다. 좋건 싫건 변화에 적응해 가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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