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인여성에 비해 1.5배 높아
▶ 보험 가입률 낮아 임신관리 소홀·인종적 스트레스 탓 신생아 1년내 사망 많고 생존해도 평생 건강에 문제
사만사 브래들리가 아들 아드리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만사는 임신 6개월 반만에 아드리스를 낳았다.
경련은 도둑처럼 들이닥쳤다. 쥐어뜯는 듯한 아랫배의 통증에 이어 출혈이 따라왔다. 이미 한 차례 유산을 경험한 사만사 브래들리(27)는 급히 병원 응급실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그녀는 임신 6개월이었다. 팜스프링스에서 휴가를 즐기던 브래들리는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들어갔다. 30분 뒤 사만사는 아들을 낳았다. 아기의 체중은 1파운드 8온스였다. 커피 한 봉지에 해당하는 무게다. 아들을 제대로 살펴볼 시간도 없었다. 의사들은 황급히 그를 신생아 중환자실로 데려갔다. 흘끗 바라본 아기의 돌출된 가슴우리(흉곽)가 눈에 밟혔다. 아들은 울지 않았다. 그렇듯 조용하게 그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에 비해 조산아 출산 위험이 1.5배나 높다. 흑인 조산아가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숨질 확률도 같은 형편에 처한 백인 신생아보다 2배가 높다.
한때 연구원들은 인종에 따른 이같은 차이를 단순한 산전 건강관리 부족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최근 나온 연구 결과는 보다 복잡한 설명을 제시한다.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많이 지니고 있다. 우선 ‘상대적으로’ 가난하다. 그들에 비해 가방끈도 짧고, 건강보험 가입률도 훨씬 낮다. 음식을 제대로 가려먹고 적당한 운동을 할 여유가 없는데다 건강 이상조짐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기도 힘들다. 보험은 질병을 조기 진압하는데 불가결한 수단이다.
유아사망의 주된 이유는 조산과 저체중이다.
조산아는 설사 생존한다 해도 평생 건강문제와 발달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법은 예방적 관리에 대한 접근을 확대함으로써 인종 간 격차를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조기 출산과 유아 사망률을 줄이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사만사와 안토인 브래들리는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을 위한 하계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 사만사는 칼스테이트 도밍게즈힐스를 졸업한 후 스키드로우의 노숙자들과 일하기 시작했고, 안토인은 유해물질을 청소하는 회시에 입사했다. 둘은 2010년 부부로 합쳐졌다.
사만사와 안토인의 어릴 적 삶은 그들의 피부색만큼이나 어두웠다. 안토인은 조산아로 태어나 죽을 고비를 몇 차례나 넘겼고, 사만사는 마약에 찌든 생모와 헤어져 위탁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들의 유별난 자식 욕심은 아마도 과거의 한기 탓인지도 모른다.
결혼 3개월 만에 그녀는 그토록 꿈꾸던 임신을 했지만, 유산으로 끝났다. 부부가 느낀 상실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산 후 1년이 채 안 돼 두 번째 아기가 들어섰다. 사만사는 부지런히 병원을 들락거리며 출산 전 건강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입을 모았고 자신감을 찾은 부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아드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자신의 배 안에서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안도감을 느꼈다.
예정일에 앞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아드리스는 사만사를 겁먹게 했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안으로 옮겨진 조막막한 그의 몸에는 거미줄처럼 코드가 연결되어 있었다. 외부의 자극을 줄이기 위해 그의 눈과 귀는 가리워졌다. 아드리스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었다. 반투명한 피부 안으로 그의 조그만 정맥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산전 건강관리를 받을 때처럼 누군가 그녀에게 “아기는 괜찮다”고 말해 주길 원했지만, 모두가 침묵했다. 아드리스를 안고, 입 맞추고, 젖을 먹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안토인(28)은 아들의 눈이 보고 싶었다. 아이가 반짝 눈을 뜨고 엄마, 아빠를 바라보아 주길 원했다. 그 당시에 새내기 아버지에게 그것보다 더 크고 소중한 바람은 없었다.
왜 흑인 여성이 아기를 놓치는 비율이 백인 여성에 비해 높은지 사회경제적 이론만으로는 완전한 설명되지 않는다.
고학력 흑인 여성이 교육수준이 낮은 백인 여성에 비해 조산으로 아기를 잃을 위험이 더 높다.
결국 전문가들은 오랜기간 누적된 인종주의와 스트레스의 결과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결론을 끄집어냈다.
정신과 치료사인 메레디스 머찬트(42)는 지난 2005년 임신을 한 후 태아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음식을 잘 가려서 먹고 산전 건강관리도 꼬박꼬박 받았다. 산파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아기를 낳겠다는 당찬 계획도 세웠다.
도모하고 시도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나 성사 여부는 하늘의 뜻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그녀는 임신 여섯 달 반 되던 때 아프게 체험했다.
출산 예정일을 3개월이나 앞선 시점에서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긴급 전화를 받은 산파는 서둘러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시더스 사이나이 메디칼 센터에 입원한지 1주일만에 그녀는 딸 나리아 라샤를 세상에 내놓았다. 라샤의 체중은 2파운드였다.
나리아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5개월을 지낸 후 퇴원했다. 그동안 엄마의 가슴을 떨어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퇴원 무렵에는 젖도 먹었고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숨을 쉬었다. 그것만으로도 메레디스에겐 감사한 일이었다.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나리아를 볼 때마다 메레디스는 “아직도 내 딸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나리아는 심장결함을 갖고 태어났다. 출생 후 수주 지난 뒤 실시한 다운신드롬 검사에서도 양성판정을 받았다.
퇴원 후 나리아는 좀처럼 살이 붙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엄마 품에 안겨 있던 나리아의 몸이 그대로 늘어졌다.
머찬트는 황급히 911로 전화를 걸었다. 나리아는 내장장애로 첫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병원에서 숨졌다. 메레디스는 지금도 나리아가 떠난 날이 아니라 세상에 나온 날을 기념한다.
사만사와 안토인의 아들 아드리스 역시 첫 돌을 지낸 뒤 1주일 만에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다. 생후 2개월 뒤 그는 조산아들 사이에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눈 수술을 받았다.
두 번째 수술은 감염으로 이어졌고, 결국 1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세상 빛을 본 후 4개월이 지나서야 그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브래들리 부부는 아드리스 방을 정성들여 꾸몄다. 그는 죽음의 수렁에 건진 아들이었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아드리스가 언제 그들의 곁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퇴원 후에도 그는 늘 골골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그는 생애 첫 번째 감기에 걸렸다. 단순한 감기였지만 폐가 너무 약했기 때문에 응급실로 가야 했다. 사만사 브래들리는 아들이 언제 또 감기에 걸릴지 늘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아드리스는 조금씩 성장하며 어머니의 불안스런 마음을 서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지난 7월12일 브래들리 부부는 집 근처의 공원에서 아들의 첫 생일을 거창하게 차려주었다. 조산아에게 첫 1년은 사느냐 죽느냐를 가름 짓는 문턱으로 여겨진다. 그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선 일단 한숨을 돌렸음을 의미한다.
그는 며칠 전 처음으로 “마마”라고 엄마를 불렀다. 사만사가 들어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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