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프계산용 지문 스캐너 태블릿 장착 스마트카트 손님 수 측정 카메라…
▶ 젊은 고객잡기 위한 스마트폰 친화적 포석 영국체인‘테스코’기술개발에 수억달러 투자 “접촉이 안겨주는 따스함 사라져”비판도
랠프스는 매장 안의 손님 수를 측정하는 큐비전 시스템을 도입, 계산대 앞 시간을 크게 줄였다.
많은 그로서리 쇼핑객들처럼 미셸 리케츠도 계산대 앞의 긴 줄을 싫어한다. 하지만 최근 집 근처 랠프스를 찾은 그녀는 손님들이 평소처럼 붐비는데도 계산대 앞은 별로 붐비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27세의 배우지망생인 리케츠는 “계산대 줄이 빨리 줄어드는 것을 보며 꿈을 을 꾸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꿈을 꾼 게 아니었다. 손님들이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랠프스는 거의 모든 업소들에 손님 수를 측정하는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도입한 것이다. ‘큐비전’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체열을 측정하는 카메라를 설치해 손님 수를 계산해 낸다. 그러면 매니저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계산대를 오픈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이미 긍정적 결과를 낳고 있다. 전국적으로 평균 4분인 계산대 앞 소요시간을 약 30초 정도를 줄여주고 있다고 랠프스 대변인은 밝혔다. 이런 시스템은 전통적인 그로서리 스토어들이 생존과 경쟁을 위해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연 매출 5,180억달러에 달하는 그로서리 스토어업계는 지난 1970년대에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별다른 신기술 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마진율이 박하다보니 그로서리 스토어 고객들은 소리 나는 카트를 끌고 계산대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며 원하는 물건을 찾는데 애를 먹는 등 수십년 간 똑같은 쇼핑경험을 해야 했다.
울프리서치의 그로서리업계 담당 분석가인 스캇 머스킨은 “그로서리 업계는 시간 속에 정체돼 있었다”며 “그로서리 업체들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들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로서리 스토어들이 도입하고 있는 기술들은 가격을 업데이트하고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며 매일 매일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 사인이 포함돼 있다. 가령 프로모션의 경우 아침 출근자들에게 커피와 그라놀라 바를 스페셜로 판매한다고 알려주는 것 등이다. 또 계산대 시간 단축을 위해 고객들이 지문 스캐너를 이용해 돈을 내거나 스스로 바코드를 스캔하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자동을 움직이는 ‘스마트’ 쇼핑 카트도 있는데 이 카트는 고객 뒤를 따라 다니며 고객이 원하는 물건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그로서리 체인들은 타겟 등 빅 박스 소매업체들이 그로서리 섹션을 만들고 아마존닷컴이 아마존 프레쉬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자 위기 위식을 느껴 시스템 현대화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로서리 업계 수입은 지난 5년 간 매년 0.45%씩 감소해왔다. 특히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고객들은 고급제품 보다는 저렴한 제네릭 제품들을 많이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있어 미국 업체들은 외국 업체들에 비해 뒤져있다. 영국의 거대 그로서리 업체인 테스코는 기술 혁신의 선구자이다. 인도에는 이 업체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개발을 하는 기술자 5,000여명이 일하는 개발센터가 있다. 이 기업의 회장 필립 클락은 지난 3월 한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창조의 물결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제 디지털은 소매업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됐다”며 “그래서 우리는 올해 테크놀러지 개발에 지난해 보다 3배나 더 많은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 테스코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미래형 홈플러스 마켓을 개설했다. 이 버추얼 그로서리에는 식품이 없다. 과일과 야채, 우유 등 식품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화면만 있을 뿐이다. 통근자들은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QR 코드를 찍는 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돈을 지불한다. 그러면 당일 구입자 집에 물건이 배달된다.
또 다른 영국 체인인 ASDA는 최근 첵아웃 스캐너 터널을 선보였다. 손님들은 360도로 레이저 스캔을 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물건을 올려놓는다. 그러면 터널은 바코드를 읽는다. ASDA는 “이 시스템은 속도가 너무 빨라 쇼핑한 물건의 스캔 속도를 30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로서리 체인들은 특히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업소들을 자신들의 부모들이나 이용하는 곳으로 여기고 회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그로서리 쇼핑이 좀 더 스마트폰 친화적인 것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홀 푸즈는 텍사스에 소재한 캐오틱 문이라는 회사에 의뢰해 스마트카트를 개발했다. 이 카트에는 태블릿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킨넥트가 장착돼 있다. 사용자들은 쇼핑 목록과 자신의 영양관련 주의사항 등을 스마트폰으로부터 카트로 전송한다. 사용자가 입력정보에 어긋나는, 예를 들어 글루텐 프리가 아닌 파스타 같은 물품을 집어 스마트카트 안에 담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카트는 경고를 보내고 쇼핑객은 이런 물품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또 캐오틱 문은 실시간 식품안전 정보를 통합해 쇼핑객이 리콜된 물건을 담으면 이를 곧바로 카트가 알려주도록 만들었다.
이밖에도 그로서리 체인들은 계산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들을 하고 있다. 지문으로 물품 스캔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의 일부 체인들이 지난 3월까지 이런 방식을 테스트해 본 결과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약 5,000건의 거래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참가자들 가운데 94%는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물건 값을 치를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지문을 이용한 대금 지불방식에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컴퓨터 계산방식이 일반화 되면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점점 더 편안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불평을 별로 들을 수 없다. 고객과 업소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로운 테크놀러지 도입에 따른 우려도 없지 않다. 그로서리 업종은 인간 사이의 접촉에 바탕을 두고 있다. 종업원들의 웃음은 사라지고 자가 계산 기계들만 자리 잡은 업소가 이상하고 황량하게 느껴진다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결국 그로서리 체인들은 새로운 테크놀러지와 친밀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가야 할 것인가 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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