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품마다 표기 제각각 소비자 혼동 불러
▶ 판매시한‘sell by’와 사용기한‘use by’는 다른 의미인데 미국 소비자 90%가 표시된 날짜 지나면 무조건 폐기시켜 라벨 표기 통일·구매자들 인식변화로 자원낭비 막아야
품의 유효기한은 소매업체와 소비자 가운데 누구를 대상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어 종종 혼선을 불러오고, 이에 따라 멀쩡한 식품이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식료품 구입 때 포장지에 찍힌 유효기한을 눈여겨본다. 유효기한을 안전성과 식품 신선도의 1차적인 기준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냉장고에 보관중인 식품의 폐 여부를 결정한다. 유효기한을 넘긴 음식은 아무래도 먹기가 찜찜하다. 곯았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해도 식품의 안전성은 억울한 의심을 받게 된다. 이처럼 포장지에 찍힌 날짜만 보고 식품의 폐기여부를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먼저 유효기간 라벨이 소비자용인지, 소매 유통업체용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유효기한(expiration date)은 주로 세 가지 방식으로 표기된다.
첫 번째는 ‘sell by’이다. 이는 유통기한을 뜻한다. 예를 들어 ‘sell by Sept 20, 2013’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으면 2013년 9월20일까지 소매점포는 해당 식품을 판매하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sell by’는 소매업체들의 재고관리를 위 해 제시한 기한이다. 따라서 상점에서 구입해 냉장고에서 보관해온 포장식품을 유통기한이 지났다 해서 곧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것은 명백한 ‘돈 낭비’다.
‘sell by’를 ‘use by’와 혼동해선 곤란하다. sell by가 유통시한을 의미한다면 use by는 그 날짜까지 소비자들의 사용을 권장한다는 뜻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날짜 표기는 ‘best by’이다. 이는 그 기한 이내에 구입할 경우 가장 높은 신선도와 최상의 품질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NRDC 식품 및 농작물 담당자인 대나 건더스는 “미국의 식품 유효기간 책정 시스템은 전혀 체계적이지 못하며 이로 인해 소비자와 유통업체 모두가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더스와 함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하버드 식품정책 클리닉의 에밀리 브로드 레이브도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유효기한 표기 시스템은 표준화 되어야 하며 상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일관성 없고, 신뢰할 수 없으며 혼란을 초래하는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식품마케팅연합회 역시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들은 식품업계가 이미 자율적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NRDC와 하버드 식품정책 클리닉의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90% 이상이 유효기한을 참고해 음식물 폐기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미네소타대학 식품공학과 교수인 테드 라부자는 “기한을 넘긴 음식을 먹고 탈을 일으켰다는 신고를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농장이나 가공공장, 혹은 소매점포 등지에서의 지저분한 관리라든지 소비자들의 부적절한 취급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단지 유통기한이나 소비시한을 넘긴 탓에 피해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고서를 내놓기에 앞서 NRDC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40%가 사용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별도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연 1,65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미국 수자원의 80%, 전체 토지의 절반 이상이 농작물 재배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자원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멀쩡한 식품을 버리는 가장 주된 이유는 “유효기간이 끝나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대부분 유효기한을 단 하루만 넘겨도 참아주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연간 1,600억파운드의 음식물이 버려진다. 이들 가운데 유통기한 초과로 인한 폐기량이 정확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국내 자료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영국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 가정은 유통기한에 근거해 매년 평균 275~455달러 상당의 음식물을 버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데, 유통기간에 관한 법률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9개 주는 아예 관련 규정조차 없다.
뉴욕은 유효기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반면 인근 6개 주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특정 음식그룹, 예를 들어 계란과 우유 등에만 유효기간 라벨을 부착하면 된다. 이에 비해 뉴햄프셔의 경우 우유는 유통기한(sell-by date)을 필요로 하지만 크림은 예외다.
NRDC는 보고서를 통해 세 가지 규정 변경을 요구했다. 첫째는 소매점을 위한 sell-by 날짜를 일반 소비자들이 읽지 못하도록 코드화하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사용기한으로 혼동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이다.
두 번째는 식품의 품질보장 기한으로부터 안전성 보증기한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단일 라벨 시스템 확립이고 마지막은 안전한 식품 취급지침의 사용 확대다.
건더스는 “업계가 자체적으로 규정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참여자 모두가 자발적으로 한 몫씩 거들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돈 안 되는 일에 총대를 메고 앞으로 나설 기업도 없고, 설사 누군가 앞장을 서서 향도역할을 한다 해도 나머지가 이를 고분고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솔직히 기업 입장에서 보면 유효기간 라벨은 그리 큰 이슈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집단적 불만을 표출한 것도 아니다.
물론 의회가 관련법을 제정할 수 있고, 연방 식품의약국(FDA)과 미 농무부가 문제되는 규정을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잠복성 이슈에 대해 둔감하다. 워낙 화급을 다투는 ‘현안’이 많다보니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사회적, 경제적 이슈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팔을 걷어붙이는 전통적인 ‘뒷북치기 그룹’이 정치권이다.
FDA는 이미 벌려 놓은 일을 꾸려나가기 바쁘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 ‘부차적인’ 문제까지 끌어안을 형편이 못 된다.
이래저래 식품 유효기간 라벨은 허공중에 떠있는 이슈다.
이와 관련, 미 식품마케팅연합회의 데이빗 피크스 부사장은 “현시점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유효기간 라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끔 소비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소비자들은 소매업체용인 유통기한 표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유통기한을 기준으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사용권장 기한을 참고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피크스는 소비자들에게 ‘sell by’와 ‘use by’ 및 ‘best by’의 차이를 확실하게 일깨워줌으로써 불필요한 음식물 낭비를 막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이 유통기한(sell-by date)을 알고 싶어 한다면 ‘소매용’과 ‘소비자용’ 유효기간이라는 분명한 표시와 함께 이 둘을 병기하는 것이 최상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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