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혼 환자보다 사망률 20% 낮아
▶ 조기에 발견할 확률 높고 배우자가 많은 치료 지원 가족 위한 투병의지 강해
같은 암환자라도 기혼자인지 미혼자인지에 따라 잔여 수명에 차이를 보인다.
물론 기혼인 환자가 더 오래 산다. 사랑하는 사람의 보살핌과 감정적 지원이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암 치료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증거다.
이제까지 이뤄진 숱한 연구는 전반적으로 기혼자가 미혼자에 비해 건강하다는 주장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약골보다 건강한 사람이 결혼을 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기혼자가 미혼자에 비해 건강하다는 통계적 사실과 혼인여부 사이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도전을 받게 된다. 반론의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반면 이번 연구는 대상을 일반 대중에서 암환자로 좁히고 조사영역도 기혼환자와 미혼환자의 잔여수명으로 특정함으로써 오류와 편차의 범위를 줄였다.
암환자의 수명이 기혼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팀의 결론은 병 수발의 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하버드대학 방사능 종양학 프로그램의 수석 레지던트이자 보고서 저자인 아얄 아이처 박사는 “환자가 암 진단을 받으면 배우자도 이해 당사자가 된다”며 “배우자는 환자가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옆에서 거들어주고 뒷바라지를 하는 ‘병참지원’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그 자체에 환자의 수명 연장을 가능케 만드는 어떤 내재된 치료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제공하는 지원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하버드 의과대학과 다나 파버 캔서 센터의 연구원들은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암 확진을 받은 73만5,000명의 기록을 정밀 분석했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분석한 전국 암등록통계(SEER) 자료는 사망률이 높은 10대 암, 즉 폐암,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전립선암, 간암, 비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난소암과 식도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얼마 전 임상역학 저널에 발표된 보고서는 미혼 환자의 경우 기혼 환자에 비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무려 53%가량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암 치료는 예외 없이 버겁고 고통스럽다. 불안감과 무기력증을 밀쳐내며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꼬박꼬박 받고 담당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복용하려면 옆에서 용기를 북돋워주고 응원해 줄 치어리더가 필요하다.
싸움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싸워야 할 이유가 분명치 않으면 투지가 생기지 않는다. 투병도 마찬가지다.
나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차피 갈 바에야 편하게 가자”는 심리가 발동되기 십상이다.
중병은 스스로 구완하기 힘들다. 암일 경우에는 독자적인 뒷감당이 아예 불가능하다.
미혼자는 또 기혼자에 비해 암 조기 발견율이 낮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지각 발견’ 비율이 기혼자에 비해 17%가량 더 높다.
이 역시 배우자가 기여하는 부분이다.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기혼자들은 배우자에게 등을 떠밀려 의사를 찾아간다. 반면 참견해 줄 사람이 없는 미혼자는 미적거리며 병을 키운다. 잔소리하는 배우자가 무심한 타인보다 나은 법이다.
이런 일련의 이유로 인해 기혼 암 환자와 미혼 환자의 사망률 사이에 무시 못할 간격이 생긴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혼 환자의 사망률은 미혼 환자에 비해 20%가량 낮다.
SEER 자료는 동성 커플과 정상적인 이성 부부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반면 동거 커플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SEER 자료에 미혼으로 분류된 환자 가운데에는 ‘실질혼 관계’에 있는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 동거인을 제외한다면 ‘진짜 미혼 환자’의 사망률은 더 높이 올라가고 조기 발견율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은 암 환자의 경우 남성이 여성에 비해 결혼으로 더 큰 혜택을 입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남편이 아내의 병 간호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은 아니다. 다만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사회적 지지를 구하는데 능한데서 나오는 결과다.
한편 아이처 박사는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인생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며 “매일 꾸려가야 하는 일상생활 외에 헤아려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짐을 나눠질 ‘고통분담 파트너’의 유무가 암 치료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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