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가생활이 만족 좌우
▶ 대부분 레저·휴식·TV시청 등으로 보내 은퇴자금 50달러 이상 노인 66%가 만족 15만달러 미만 은퇴자들은 38%에 그쳐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초반 끗발은 아무리 좋아봤자 소용없다. 노후가 안락해야‘흑자 인생’이다. 그렇다면 노후의 출발선은 어디인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노후’는 보통 은퇴와 함께 시작된다. 미국의 경우 일률적이거나 공식적인 은퇴연령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소셜 은퇴연금 수령시점을 노후의 출발점으로 보면 된다.
소셜 은퇴연금은 62세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에누리 없는 온전한 혜택(풀 베니핏)을 받으려면 최소한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보험인 메디케어 가입 자격도 65세부터 주어진다. 65세가 사실상 시니어 시티즌, 즉 ‘어르신’ 반열로 편입되는 기점인 셈이다.
미국인들이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지 추적한 연방 노동통계국의 ‘아메리칸 타임 서베이’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인은 총 4,200만명이고 이들 가운데 18.7%가 노동시장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전의 13.9%에 비해 5%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은퇴시기를 늦춘 노장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또한 65세 이상 근로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6시간15분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규정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에 해당하는 주당 40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65세 이상 현역의 경우 파트타임 근로자가 주류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정규직에서 물러난 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파트타임 일자리를 유지하는 노인들이 증가세를 보이는데 기인한다.
그리 편안한 노후생활은 분명 아니지만, 경제적 활동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직에서 밀려난 동년배 실업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연령대별로 70~74세 미국인의 20.1%, 75세 이상 고령자의 7.5%가 일을 한다. 75세 이상인 ‘현역’ 가운데 대부분은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일을 즐기기 때문에 노동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전문 직종 종사자들이다.
일을 그만둔 뒤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노후의 질을 결정한다.
전체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은 하루 평균 6시간40분을 사회적 교제와 휴식, 레저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히 말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빈둥빈둥 놀면서 지낸다. 반면 25~54세 연령그룹이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시간은 이보다 2시간45분 이상 짧았다.
흔히들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서베이 결과는 달랐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잠이나 자자는 심리가 작동된 탓인지 65세 이상 노인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51분을 기록했다. 보건 당국이 권하는 적정 수면시간인 7~8시간보다 길다. 반면 잠이 없어졌다고 말한 노인의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읽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만만치가 않다. 아메리칸 타임 유스 서베이에 참여한 65세 이상자의 43%가 하루 평균 거의 두 시간을 책이나 신문을 읽는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배해 25~54세 그룹은 15%만이 하루 80분을 독서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은 운동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고작 20% 정도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며, 이들의 평균 운동시간은 한 번에 90분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종목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이 골프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정기적으로 필드에 나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65세 이상의 미국인 인구는 전체의 1.6%에 그쳤다. 이들은 라운딩을 하는 날, 평균 4시간20분을 그린에 머물렀다.
아무래도 나아기 들면 에너지 소모가 큰 운동은 무리다. 이런 관점에서 요가 등 부드러운 몸 풀기 운동에 대한 노인층의 수요가 높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요가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500명당 한 명꼴에 불과했다. 돈을 들여 운동을 할 만큼 형편 좋은 은퇴자는 별로 없다.
은퇴자들의 노후생활은 대체로 수동적이고 비활동적이다. 밖으로 나가기보다 집안에서 맴돈다. ‘자의반 타의반’의 칩거형 생활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90%가 집에서 하루 평균 4시간40분을 TV나 비디오를 보며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25~54세 연령대에 속한 미국인의 TV와 비디오 시청시간은 평균 3시간10분이었다.
아콘 대학의 노인학 연구센터 원장인 하비 스턴스 박사는 “올바른 은퇴생활의 기준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자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 알아서 자신에게 적합한 노후생활을 꾸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말할 나위 없이 노후생활의 만족도는 은퇴 후의 재정형편에 좌우된다.
컨설팅사인 타워스 왓슨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 은퇴연금인 401(k)를 포함해 15만달러에서 50만달러 사이의 재산을 지닌 은퇴자들의 55%, 재산규모가 50만달러 이상이라 답한 응답자들의 66%가 은퇴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답답할 게 없다.
그러나 15만달러의 노후자금을 비축해둔 은퇴자는 그리 많지 않다. 65세 미국인들이 마련한 노후자금의 중간 값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노후자금이 15만달러 미만인 노인들 가운데 은퇴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38%였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의 중간소득은 연 1만9,939달러로 이들의 36%는 전체 수입의 90% 이상을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차지했다.
은퇴 노인의 3분의 1 이상이 다른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부의 지원으로 노후생활을 끌어간다는 결론이다. 이들의 노후생활이 어떨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배우자와 헤어졌거나 사별한 후 홀로 사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연방 보건후생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남성의 19%, 여성의 36%가 배우자 없이 혼자 산다.
특히 75세 이상 여성은 46%가 홀몸이다. 65세를 기점으로 한 미국인 여성의 잔여 기대수명은 20.4년인데 비해 동갑내기 남성의 기대수명은 이보다 짧은 17.8년이다. 이 같은 기대수명 격차는 노년기 새로운 부부 결합을 가로막는 장애물 가운데 하나다.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남녀비율은 심한 불균형을 보인다. 남성 100명당 여성은 131명이나 된다. 85세가 되면 이 비율은 남성 100명당 여성 203명으로 껑충 뛴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는 황혼녘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치로 살펴본 미국인의 황혼은 그리 장엄하지 않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 수확 결과에 후회는 있을지 몰라도 불평할 것은 없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삶의 이치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 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성서에 나오는 말씀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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