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바마케어의 ‘구멍’과 공화당의 ‘딴죽걸기’
▶ 빈곤층“먹고 살기 힘든데 보험 구입할 돈 어딨나” 공화당 주들“재정부족”메디케이드 확대도 거부 의료개혁 최대 수혜 기대했던 극빈자들 한숨만…
미국 의료제도에‘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오바마케어는 흑인 빈민인구의 3분의 2이상과 싱글맘, 그리고 저소득층에 속한 무보험 근로자 절반에게는 ‘그림의 떡’ 이다.
오바마케어로 통하는 의료개혁법은‘빛 좋은 개살구’인가? 미국 의료제도에‘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오바마케어는 흑인 빈민인구의 3분의 2 이상과 싱글맘, 그리고 저소득층에 속한 무보험 근로자 절반에게는 그야말로‘그림의 떡’이다. 의료개혁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여겨지던 사람들은 이번에도 안전 그물망 밖으로 떨어졌다. 법 자체의‘구멍’도 있지만, 아무래도 공화당의‘딴죽걸이’가 가장 큰 이유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저소득 무보험자들 대부분이 오바마케어가 규정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확대에 결사반대하는 공화당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800만명에 달하는 저소득 근로자들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
의료개혁법은 정부의 빈민보험인 메디케이드 확대와 저소득자들의 의료보험 구입을 위한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한다. 메디케이드 대상을 늘리고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무보험 인구를 대폭 축소한다는 포석이다.
그림은 그럴 듯한데 ‘실제 상황’은 그리 녹신녹신하지 않다. 공화당이 장악한 전국의 26개 주에는 돈도 보험도 없는 전국의 흑인과 싱글맘의 68%, 저소득층에 속한 무보험 근로자 인구의 약 60%가 포진하고 있다.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가운데에는 43만5,000명의 캐시어, 34만1,000명의 요리사, 25만3,000명의 간호보조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오바마케어의 최대 지지 세력이었다. 의료보험개혁법이 시행되면 낮은 프리미엄으로 보험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또다시 이들을 배반했다.
오바마케어를 무력화시키려는 공화당이 의료보험개혁법의 한 축인 메디케이드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의료개혁법은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이를 공화당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몽니’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바마 행정부를 흔들려는 저의를 밑바닥에 깔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주정부의 재정 형편상 의료개혁법을 덥석 끌어안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케어가 시행되면 연방정부는 메디케이드 확대에 들어가는 경비를 2016년까지 전액 부담한다. 그 이후에는 전체 관련 경비의 90%를 연방정부가 제공하고 나머지 10%를 주정부가 담당한다.
주정부의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 볼 게 없는 내용이다.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극빈층 무보험자들을 메디케이드 보험에 가입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비의 10%만을 부담하는 조건이라면 주정부가 거부 의사를 밝힌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화당이 제시하는 거부 논리는 터무니없는 억지가 아니다.
26개 주는 아칸소를 제외하곤 모두 ‘딥 사우스’(Deep South)에 속한다. 딥 사우스는 미국의 남쪽 끝자락이다. 흑인 밀집지인 이곳은 미국에서 가구당 평균소득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가장 빈곤한 주에 해당하는 미시시피의 공화당 지도자들은 주민의 상당수가 이미 메디케이드 수혜 대상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게다가 워낙 극빈인구가 많기 때문에 오바마케어가 시행되면 전체 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메디케이드 보험의 신규 가입자가 될 판이다.
이건 오바마케어 지지자들조차 대응이 궁한 대목이다. 세수기반이 별로 없는 벽촌에서 2016년 이후 메디케이드 확대에 따른 경비의 10%를 부담한다는 것은 사실 버거운 일이다.
메디케이드 확대 반대론자인 공화당의 크리스 맥대니얼 미시시피주 상원의원은 “지금 수준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인데 메디케이드 경비가 여기서 더 늘어난다면 우리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의료개혁법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의료보험 가입을 요구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 개념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보험을 장만하려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미국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극빈자에게는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약 3,000만명의 무보험 미국인들에게 정부가 도움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회주의 실험을 하고 있다며 길길이 뛰었다. 급기야 공화당이 장악한 26개 주는 오바마케어가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방 대법원은 오바마케어에 합헌 판정을 내렸다. 일단 오바마 진영의 손을 들어주긴 했으나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오바마케어의 합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메디케이드 확대 여부는 주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물론 공화당이 장악한 26개 주는 ‘확대 불가’ 입장이다.
딥 사우스 지역은 워낙 빈촌이기 때문에 일부 주의 경우 메디케이드에 가입하기 위해선 하루 일당이 11달러 이하여야 한다.
26개 주 정부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저소득 근로자들은 10월부터 문을 연 보험거래 시장에서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는 보험을 구입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생계를 꾸리기 바쁜 이들이 시장에서 보험을 구입할 가능성은 제로다.
메디케이드 가입은 봉쇄됐고, 정부의 도움을 받아 보험을 구입할 정도의 소득수준에는 못 미친다. 말 그대로 의료보험개혁법의 사각지대에 떨어진 것이다.
잔뜩 기대했던 오바케어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넋이 나간 버지니아주의 한 여성은 “빈민자가 정부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울먹였다.
메릴랜드에서 건강관리 업종에 종사하다 실직했다는 이 여성은 버지니아의 오빠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 올해 55세로 퍼스트네임이 로빈이라고 밝힌 이 흑인 여성은 고혈압 환자이다.
그녀는 연고가 사라진 메릴랜드주로 되돌아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몸을 의탁할 곳이 없어 자동차를 집 삼아 생활해야 하지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면 그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윌리 찰스 카터는 올해 53세로 최근 미시시피의 공립학교 수위 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다리 수술을 한 후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연 소득만으로 보면 카터는 메디케이드에 가입할 수 있다. 그의 소득은 연 3,000달러 정도로 메디케이드 가입에 필요한 소득기준의 상한선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에겐 부양 자녀가 없다. 메디케이드 가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결격사유다. 카터가 벌어들이는 연 소득 3,000달러는 메디케이드에 가입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액수지만 오바마케어에 따라 개설된 장터에서 연방정부의 보조를 받아 보험을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카터의 ‘생명선’인 그린스빌 소재 굿사마리탄 헬스센터는 다음 달 문을 닫는다.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이 끊어진 탓이다.
그는 “겁이나 죽을 지경”이라며 “하나님이 나를 보살펴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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