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나 어린이 맞아?
▶ 학교 끝나면 운동·악기·사교모임…‘스펙 쌓기’시달려 “어른의 성공‘공식’강요 문제·아이들도 휴식 필요”비판 일부선“풍성한 경험 긍정적, 지나친 경쟁이 문제일뿐”
어린이들이 지나친 과외활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아이들은 바쁘다. 꽉 찬 스케줄로‘아이 노릇’할 시간이 없다. 부모도 덩달아 바쁘다. 회사 일과 집안일에 보태 자식들의 매니저 역할까지 하려니 도무지 정신이 없다. 운동연습과 음악교육, 숙제와 꼬마들의‘사교모임’ 등의 일정을짜는 것도 만만치 않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일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세대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그리 바쁘지 않았다. 그저 아이였을 뿐이다. 맘껏 뛰어놀고, 숙제만 달랑 해 놓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요즘은달라졌다. 자녀 교육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변화가 왔다.
전인교육은 허울 좋은 말 뿐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걸맞은 생존위주 교육이 대세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걸린 과부하는 “잔인하고, 지나치게 버거우며 이들의장기적인 웰빙을 해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녀가 아이비리그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부모는 인정사정이 없다. 자녀에게도, 부모에게도 주말은 더 이상 편안한 휴식기간이아니다. 아이들은 과외활동으로 스펙 쌓기를 해야 학고, 부모는 로드매니저 역할을 해야 한다.
사내아이는 동네 야구장에서, 계집애는 축구장에서 한 나절을 보낸다. 웬 토너먼트가 그리많은지, 그의 매일 시합 스케줄이 잡혀 있다.
등 떠밀려 하는 운동이 신이 날 리 없다. 그저 지겹고 힘들 뿐이다. 운동을 마치면 바이얼린 레슨이나 요리교습이 기다린다.
꿈이 야무진 부모 밑에서 자식 노릇하기가만만치 않다.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소망이 조화를 이루는 대신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게 옳은 방향일까.
서점은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정기적으로 살펴보면일반적 사고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최근 교육 분야 베스트셀러와 몇 년 전부터시간을 타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의 중심 테마는 과도한 스케줄에 부대끼는 어린이들의 웰빙과 심신건강에 관한 우려와 경고로 채워져 있다.
‘The Over-Scheduled Child’‘ The PressuredChild’ ‘Pressured Parents, Stressed-Out Kids’등 제목부터 갑갑하다.
서가에 진열된 교육관련 서적들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스펙’ 쌓기 경주로 인해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사실 이런 경고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지당하신 말씀’임에 틀림없지만 현실성이 결여된이상론일 뿐이다. 아이비리그의‘ 좁은 문’을 통과하려면 스트레이트 A학점 성적표만으로는어림없다. 과외활동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
자녀에게 과외활동을 강요하는 이유는 또있다. 스펙 쌓기와는 정반대의 이유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가정환경에서는 제아무리 마음이굴뚝같아도 자녀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대로 놓아둘 수도 없는 일이다.
멋대로 놓아둘 경우 아이들은 온종일 컴퓨터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10대들 사이에 ‘인터넷 폐인’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어차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이들을 집밖으로 내보내 과외활동을 하며스펙이라도 쌓게 하는 것이 백배천배 낫다는생각이 드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어린이들의 과도한 과외활동은 그 저변에깔린 이유에 상관없이 늘 찬반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과외활동을 스펙 쌓기가 아니라 이들의 삶을 풍부하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그룹이 제시하는 방어논리다.
‘압박 받는 어린이’ (The Pressured Child)의저자인 임상심리학자 마이클 톰슨은 “윤택하고 흥미로우며 성장을 촉진하는 어린 시절과과중한 일과에 시달리는 어린 시절 사이에 분명한 선이 존재하지만, 누구도 어디에 그 선이그어져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짜 문제는 어른들에게 있다”며“그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삶을 고도로 통제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대성한 어른들은자녀의 인생에 대해서도 비슷한 정도의 통제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확신하는 ‘공식’을 그대로 자녀에게 적용시켜 성공신화를 이어가려는 욕심이다. 이들은 아이들의 웰빙에대한 관심에서가 아니라, 성공에 필요한 스펙쌓기를 위해 과외활동을 선택한다. 무엇을 왜해야 하는지를 부모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톰슨은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식사 때음식을 남기면 ‘굶주리는 수많은 중국인들을생각하라’고 꾸중을 하셨지만 요즘 많은 아빠와 엄마는‘ 너 나이 또래의 중국 아이들이 피눈물 나게 바이얼린 연습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너도 연습에 힘써야 한다’고 타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을 둔부모는 그들의 성적보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것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을 충분히 자는지, 지나친 과외활동으로숙제를 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과도한 일정의 어린이’ (The Over-ScheduledChild)라는 책의 저자인 임상심리학자 알빈 로젠펠드는“ 과외활동이 어린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지만 문제는 보호자인 우리가 지루한 시간, 혹은 빈둥대는 시간과의 균형을 잡아줄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온종일 빈틈없이 짜여진 일과는 어린이와10대 청소년을 지치게 만든다. 하는 일 없이 빈둥대고 지내는 시간은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의 말마따나 쉼표가 없이 계속 이어지는문장은 숨 막힌다. 쉼표가 없는 악보를 따라 노래를 부르기 힘들다. 나이에 상관없이 일상의중간 중간에 쉼표가 필요하다.
로젠펠드 박사는 “부모가 자녀의 스케줄을짜주고 친구와 함께 놀 수 있는 날짜까지 정해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갖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컴퓨터에 지나치게 많은 소프트웨어를 로딩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용량을 무시한 과도한 프로그램 입력이 문제를 일으키듯 자녀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충분한 여백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으면 정신적, 신체적 오작동이 뒤따른다는 경고다.
반면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교수인 수니야루타르는 과외활동의 가짓수는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아이들의 일상을 계획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어른의 감독 하에 음악활동,스포츠를 비롯한 과외활동을 하는 것은 학교수업이 줄 수 없는 풍성한 경험을 제공할 뿐아니라 다른 아이들과의 공동 작업에 도움을준다고 말했다.
루타르 교수는 그러나 자녀의 과외활동 성적을 부모가 지나칠 정도로 세심하게 평가하려들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너의 성적이 곧 너의 가치”라는 잘못된 기준이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노릇이건,자녀 노릇이건 제대로 하기 힘들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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