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21세 10명 당 1명 꼴 ‘성폭력 전력’
▶ 10대 중반까지 남성 가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20대 이상 넘어가면서 여성 가해자 비율 높아져 “내 잘못만은 아니다” 피해자에 책임전가도 수두룩
성폭력은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늘‘위험 수위’를 유지한다. 굴절된 욕망에는 나이 제한도 없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4세에서 21세 사이의 연령대에 속한 젊은 미국인은 10명당 한 명 꼴로 이제까지 최소 한 번 이상 성폭력을 저지른 어두운‘전력’을 갖고 있다. 또한 같은 연령층의 전국 표본집단 가운데 4%가 강간미수. 혹은 강간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가해자는 10대 중반까지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 연령대를 넘어서면 여성 가해자의 비율이 높아진다. 10대 중반은‘강간=남성 범죄’라는 등식이 부등식으로 변하는 기점에 해당한다.
성폭력에 관한 고정관념은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인종에 관한 편견이 만만치 않다. 성폭력범하면 사람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피부색이 짙은 ‘유색인종’을 떠올린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라티노와 흑인 청년보다 백인 동년배가 성범죄를 더욱 빈번히 저지른다. 게다가 강간은 ‘있는 집’ 자식의 범죄다. 적어도 청소년 그룹의 경우에는 그렇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성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밝힌 청소년들이 유난히 가학성 포르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을 압박하고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고 실토한 청소년은 성행위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신체적 해를 가하는 음란물을 특히 선호한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JAMA 소아학 회보에 게재된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는 고교생과 대학생들 사이에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연구는 14세에서 21세 사이의 미국인 젊은이 1,058명을 상대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3월 사이에 실시된 장기 서베이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은 성폭력에 대한 연방 법무부의 정의를 차용했다.
법무부가 정의한 성폭력은 협박과 강압을 통해 원치 않는 파트너에게 가하는 입맞춤과 신체접촉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성적행동을 아우른다.
한마디로 성희롱에서 강간에 이르는 모든 행위를 성폭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 다시 말해 1,058명 가운데 84명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 입맞춤, 신체접촉 등의 성적 행동을 했다.
또한 응답자의 3%는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과 성관계를 갖도록 압박했다. 전자가 강제적인 성 접촉이라면 후자는 강압적 섹스에 해당한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3%는 파트너와 억지로 성관계를 가지려다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법률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강간미수다.
이에 비해 전체의 2%인 18명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제로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강간미수, 혹은 성추행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털어놓은 ‘전술’은 거의 비슷했다. 이들의 성추행은 결코 순간적인 통제력 상실에 따른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었다.
말다툼을 벌이거나 심한 압박을 가하고 상대의 죄책감을 유발한다든지, 화를 내는 등의 계산된 행동에 이은 결과였다.
반면 물리적인 폭력을 사용했다고 털어놓은 응답자는 1,058명 가운데 10명으로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성폭력은 평소 가까이 지내던 남녀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이 성적인 폭력을 가하는 일은 의외로 많지 않다.
통계치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연구팀이 관련 자료를 뒤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성폭력의 75%는 ‘남친’과 ‘여친’ 사이에서 발생했다. 강제적인 성기 삽입이 성폭력의 가장 흔한 형태였고, 오럴섹스가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오럴섹스는 성행위가 아니라는 지극히 위험한 착각을 한다.
연구를 통해 확인된 또 하나의 사실은 성폭력 가해자가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아예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자가 수두룩하다.
최근 조사에서 가해자 일곱 명 당 한 명은 자신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믿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10명 가운데 네 명은 피해자에게 일부, 혹은 전부 책임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폭력은 발생빈도에 비해 체포건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또 하나의 특징을 지닌다. 실제로 보고되는 건수는 실제 발생건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판단이다.
이처럼 성폭력으로 붙들리는 가해자가 드물 뿐 아니라 대다수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사실은 ‘방관자’(bystander) 훈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사람들은 성폭력에 방관자적 태도를 취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태도를 바꾸기 위한 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들이 속한 그룹이나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행동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성폭력을 목격할 경우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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