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싱에 있는 은성비디오에서 한인 중년 손님들이 한국 TV 프로그램의 CD를 대여하고 있다. <김소영 기자>
지난 9월말 비디오 대여 업소, ‘베이사이드 스프링’ 비디오가 폐업했다.
비디오 업계 불황이 드리워진 후에도 각종 건강제품과 액세서리 등 샵인샵 형태로 활발하게 영업에 나섰으나 결국 폐점하게 됐다. 단골이던 한인 A씨는 “사업 다각도로 활로를 찾는 듯 했는데 문을 닫아 안타깝다”며 “이렇게 대여 업소가 자꾸 없어지니 드라마 한편을 대여받기 위해 집인 프레시메도우에서 플러싱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의 한 한인 비디오 대여점은 최근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중단했다. 업주는 “2-3년전에 비해 고객이 절반이상 줄었는데 인건비를 댈만한 여력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업소는 오전9시~오후11시까지의 운영시간을 오전 10시30분~오후9시까지로 변경했다.
사양산업의 길을 걸으며 비디오 대여 업소수가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남은 비디오 대여점도 경영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본지 업소록을 기준으로 2007년 비디오 대여점의 수는 퀸즈 27곳, 뉴저지는 15곳이었으나 2013년 업소록에 따르면 퀸즈는 11곳, 뉴저지는 7곳으로 반 이상 줄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사업을 정리하려고 해도 쉽지 않아 업주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다. 북부 뉴저지의 한 업계 관계자는 “7~8년전만 해도 권리금 15만~20만달러를 주고 가게를 인수했는데 이제는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가게를 팔수도 없다”며 “가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플러싱을 가기도 하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인터넷 스트리밍 및 웹하드 사이트,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국과의 관계 등에 끼여 옴짝 달싹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30대 젊은 세대들 뿐 아니라 이제는 50~60대 마저도 인터넷을 이용해 지난 방송을 보는 마당이니 활로가 있기냐 하냐는 회의도 팽배해져 있다.
실제로 올초 MBC 아메리카가 공지한 바에 따르면 ‘TV보고’와 ‘온디맨드 코리아’ 등 MBC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합법 스트리밍 및 웹하드 사이트는 10군데에 이른다. 이외에도 한국의 예능과 드라마, 심지어 축구 경기, 뉴스까지 방영 후 반나절도 채 안 돼 소후와 유쿠, 데일리모션 등 다국적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무료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한국 TV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무료 웹사이트는 총 30곳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5년전 일부 방송사들이 비디오 공급일과 케이블 TV 방영일 시차(Hold Back) 사이의 6~8주를 지켜달라는 업자들의 요구를 무시한 것도 업계 먹구름 중 하나다. 현재 시사 프로그램은 1주일, 드라마는 4~5주면 한국 방영 후 이곳 케이블 방송을 통해 방영된다.
경쟁력이 떨어지니 플러싱 일대 한인 비디오 대여점들이 택배 서비스와 액세서리 전문점 등의 샵인샵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팰리세이즈 팍 짱 비디오의 한 관계자는 “장사가 되야 렌트가 들어오지, 전반적으로 갈수록 힘들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노년층 고객들이 CD와 비디오 테입을 많이 빌리고 있으나 앞으로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료와 인건비, 렌트 부담은 커지는데 10년 가까이 가격이 그대로인 프로그램 대여료도 업계 먹구름 중 하나다. 현재 CD와 비디오 테입 10개당 10달러 또는 8개당 10달러에 대여중이다. 은성비디오의 한 관계자는 “18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가격을 올린 적이 거의 없다”며 “한국 방송 3사에다가 매달 저작권료를 다 내고 부담은 커지는데 고객은 줄고 대여료는 그대로니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최희은 기자> 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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